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1일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500억유로(약 72조원) 규모의 추가 지원 패키지에 합의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에 “27국 정상들이 EU 예산 내에서 우크라이나에 500억유로를 추가 지원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정적이고 장기적이며 예측 가능한 자금이 확보됐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회원 27개국 모두의 동의가 필요한데,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반대하며 제동을 걸어왔다. 이날 EU의 우크라이나 자금 지원 결의는 헝가리가 반대 입장을 철회한 데 따른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보도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비공개 긴급회의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은 오르반 총리가 거부 입장을 유지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파열음이 일 거라고 오르반 총리에게 경고했다고 FT는 전했다. 미셸 의장은 이날 X에 “우리는 거래를 했다”고 적었다. 한 EU 외교관은 “오르반이 정신을 차렸다”고 FT에 말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1일 벨기에 브뤼셀 소재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열린 유럽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AFP 연합뉴스

헝가리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한 배경에는 오르반 총리가 친(親)러 성향이라는 점 이외에도 헝가리에 대한 EU의 자금 지원을 압박하기 위한 헝가리의 몽니도 있었다. EU는 오르반 정부의 사법 독립 침해와 언론 탄압 등을 이유로 헝가리에 배정된 300억유로의 경제 지원금 지급을 수년째 동결해왔다. 이 가운데 102억유로는 헝가리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절차 개시를 용인한 대가로 지난해 말 동결 해제된 상태로, 헝가리는 나머지 자금도 지급하라고 EU에 요청해 왔다.

헝가리는 스웨덴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또한 반대하다가, 최근 찬성 기류를 보이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24일 X에 “정부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스웨덴은 2022년 5월 집단 방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토 가입을 신청했는데, 헝가리가 지난해 9월 반대 의사를 고수해 가입이 미뤄져 왔다. 스웨덴이 2019년 중등학교 교육 자료 영상에서 헝가리를 ‘민주주의가 침해되는 나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나토 가입을 위해서는 회원 31개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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