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정의로운 집행”주장했지만

인권단체 “고통스러운 죽음 초래할 수도”

“바로 잠들어 고통없어” “마취제 투여했어야”

미국에서 정맥에 독극물 주사를 놓는 대신 질소가스를 이용한 첫 사형집행이 이뤄졌다. 당국은 정당한 사행집행이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인권 전문가들과 의료 전문가들은 절차적 정당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 사법당국은 이날 사형수 케네스 스미스(58)에게 마스크를 씌운 후 질소 가스를 주입해 저산소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사형 집행을 마쳤다. 그는 사형 집행 시작 22분 만에 사망 선고됐는데, 몇 분 동안 의식이 있었고 최소 2분간 경련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계를 통틀어 질소 같은 불활성 가스를 이용해 사형이 집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에서는 앨라배마와 오클라호마, 미시시피 등 3개 주에서 질소 가스 처형을 허용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실제로 집행된 적은 없었다.

스미스는 지난 1988년 한 목사의 아내를 청부살해한 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앨라배마주는 지난 2022년 11월 그에게 독극물 주사로 사형을 집행하려 했지만, 집행인이 주사를 놓을 정맥 부위를 찾지 못해 실패했다.

이에 앨라배마주 사법당국은 사형 재집행을 결정하면서 약물이 아닌 질소 가스 주입 방식을 택했다. 문제는 이 방법이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시도된 적이 없으며, 이렇다 할 프로토콜도 존재하지 않은 사형 방식이란 점이다.

집행에 앞서 모리스 티볼빈즈 등 유엔인권특별보고관 4명은 성명을 통해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 집행은 고통스럽고 굴욕적인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문과 기타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처벌을 금지하는 국제조약 위반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사형 집행 전 별도의 진정제를 투여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나단 그로너 오하이오 주립대 의과대학의 외과 교수는 “사형집행을 위한 주사를 맞는 경우 먼저 마취제를 투여해 의식을 잃게 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스미스에게 진정제를 사전 투여하자는 논의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말했다.

의료 전문가들도 우려를 표명했다. CNN은 “ 질소 가스를 주입한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해야 사형수가 의식을 잃을 지 의사들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시 산소가 새어들어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더욱 고통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앨라배마주 당국은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는 입장이다. 법무장관실은 성명을 내고 “질소가스를 주입하면 사형수는 단시간 내에 의식을 잃게 된다. 가장 덜 고통스럽고 인도적인 사형 집행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케이 아이비 앨라배마 주지사 역시 “청부살인을 저지른 스미스에 대한 사형 집행은 정의로운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