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호주오픈은 20여년간 이어져온 ‘빅3’, 이른바 ‘페나조’의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대회가 될까.

 

2000년대 중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약 20년간 남자 테니스는 ‘빅3’의 시대였다. ‘테니스의 황제’라 불리는 로저 페더러(43·스위스)를 필두로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38·스페인), ‘무결점의 사나이’ 노박 조코비치(37·세르비아)로 이뤄진 빅3은 4대 메이저 대회를 지배해왔다.

 

28일 열리는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는 19년 만에 ‘빅3’ 중 누구도 뛰지 않는 대회가 됐다. 2005년 남자 단식 결슬에서 마라트 사핀(러시아)과 레이튼 휴잇(호주)가 맞대결을 펼친 이후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 동안 남자 단식 결승에는 세 선수 중 둘이 결승을 펼치거나 세 선수 중 한 명은 결승 한 자리를 차지해왔다. ‘페나조’는 오랜 기간 남자 테니스 빅3로 군림해온 세 선수의 성 앞 글자를 한 자씩 따너 만든 국내 테니스팬들의 신조어다.

 

페더러는 이미 은퇴했고, 올해를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큰 나달은 올해 호주오픈 개막을 앞두고 부상으로 불참을 선언했다. 빅3 중 유일하게 전성기의 폼을 유지하고 있는 현재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는 지난 26일 열린 준결승에서 얀니크 신네르(4위·이탈리아)에게 1-3(1-6 2-6 7-6<8-6> 3-6)으로 완패했다.

 

(240126) — MELBOURNE, Jan. 26, 2024 (Xinhua) — Daniil Medvedev of Russia hits a return during the men’s singles semifinal between Daniil Medvedev of Russia and Alexander Zverev of Germany at Australian Open tennis tournament in Melbourne, Australia, Jan. 26, 2024. (Xinhua/Wang Shen)/2024-01-27 00:03:20/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신네르의 결승 상대는 다닐 메드베데프(3위·러시아)다. 둘의 결승전은 한국 시간으로 28일 오후 5시 30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다.

 

페나조의 권세는 호주오픈에서만 이어져온 게 아니다. 나달의 성역이나 다름없는 프랑스오픈 역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들 세 명 가운데 최소한 한 명은 반드시 결승에 진출했고, 윔블던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 사이에 2016년에만 딱 한 번 ‘빅3’ 없는 결승전이 성사됐다.

 

호주오픈 남자 단식에서 이들 ‘빅3’ 이외 챔피언이 나오는 것은 2014년 스탄 바브링카(스위스) 이후 올해가 10년 만이다.

 

빅3 시대의 종말이 그 어느때보다 가까워진 가운데, 3번 시드 메드베데프와 4번 시드 신네르의 결승전은 신네르의 매서운 상승세를 메드베데프가 잠재울 수 있을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TOPSHOT – Italy’s Jannik Sinner reacts after a point against Serbia’s Novak Djokovic during their men’s singles semi-final match on day 13 of the Australian Open tennis tournament in Melbourne on January 26, 2024. (Photo by Lillian SUWANRUMPHA / AFP) / — IMAGE RESTRICTED TO EDITORIAL USE – STRICTLY NO COMMERCIAL USE –/2024-01-26 17:39:06/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신네르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번 대회까지 조코비치와 네 번 만나 3승 1패를 기록했고,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에서는 조국 이탈리아를 1976년 이후 47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8강까지 5경기에서 무실세트 행진을 벌였고, 조코비치와 준결승에서 유일하게 한 세트를 내줬지만 브레이크 포인트는 한 번도 허용하지 않고 타이브레이크에서 6-8로 패했다. 반면 메드베데프가 결승까지 올라오는 과정은 다소 험난했다. 4강까지 6경기를 치르면서 5세트 접전을 세 번이나 벌였다. 2회전 에밀 루수부오리(53위·핀란드), 4강 알렉산더 츠베레프(6위·독일)와 경기에서는 먼저 1, 2세트를 내주고 3, 4, 5세트를 따내느라 체력 소모가 컸다. 신네르와 메드베데프가 결승까지 오르면서 치른 경기 시간 합계를 보면 신네르가 14시간 44분, 메드베데프는 20시간 33분으로 차이가 크다.

 

공교롭게도 경기 일정도 신네르는 4강까지 야간 경기를 딱 한 번 치렀지만, 메드베데프는 야간 경기를 세 번 배정받았고 그중에는 다음 날 새벽에 끝난 경기도 있었다.

 

메드베데프가 웃는 구석도 있다. 두 선수의 상대전적에서는 6승3패로 메드베데프의 우위다. 그러나 지난해 열린 최근 세 차례 맞대결은 신네르가 3전 전승을 거뒀다.

 

(240126) — MELBOURNE, Jan. 26, 2024 (Xinhua) — Jannik Sinner of Italy celebrates after winning the men’s singles semifinal against Novak Djokovic of Serbia at Australian Open tennis tournament in Melbourne, Australia, Jan. 26, 2024. (Xinhua/Ma Ping)

메이저 대회 성적에서도 메드베데프의 우위다. 메드베데프가 2021년 US오픈 우승, 2019년·2023년 US오픈과 2021년·2022년 호주오픈에서는 준우승한 반면 신네르는 이번이 첫 메이저 단식 결승이다. 종전 최고 성적은 지난해 윔블던 4강이었다.

 

결국 신네르의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이번 대회 세트 스코어 0-2에서 역전승을 두 번이나 거둔 메드베데프가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40126) — MELBOURNE, Jan. 26, 2024 (Xinhua) — Daniil Medvedev of Russia celebrates after winning the men’s singles semifinal between Daniil Medvedev of Russia and Alexander Zverev of Germany at Australian Open tennis tournament in Melbourne, Australia, Jan. 26, 2024. (Xinhua/Wang Shen)

메드베데프(키 198㎝·몸무게 83㎏), 신네르(키 188㎝·몸무게 76㎏) 모두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오른손잡이다. 나이는 1996년생 메드베데프가 2001년생인 신네르보다 5살 더 많다.

 

신네르는 “4강에서 조코비치를 이겼지만 아직 대회가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 보여줄 것이 남았고, 작년 하반기부터 메이저 대회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대회를 치르면서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확실히 정신력이 강해졌다. 최근 신네르에게 연패를 당했지만 나에게도 기회가 있었던 경기였다”고 각오를 밝혔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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