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사슴뿔 모양의 관 사이사이 달린 푸른 곡옥(曲玉)들이 자태를 뽐낸다. 1921년 처음 발굴된 신라 금관총 금관의 모습이다. 이는 유라시아 초원의 황금 문화와 동아시아의 옥을 제작하는 기술이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불을 이용해 금속을 제련하는 뜨거움과 돌을 갈아 만드는 차가움의 조화가 절묘하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54·사진)는 최근 펴낸 ‘황금, 불멸의 아름다움’(서해문집)에서 이렇게 유라시아 초원 지대에서 번성한 황금 문화가 중국 북방을 거쳐 한반도까지 건너온 과정들을 살핀다. 특히 신라의 황금 문화가 발달했던 3∼6세기에는 초원을 중심으로 유라시아 일대 훈족들이 대이동을 했고, 각 지역으로 황금 문화가 전파됐다. 강 교수는 “황금 문화가 유라시아에서 신라로 전파됐다거나, 아니면 신라에서 자생적으로 자라났다거나 하는 단순한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려 했다”며 “‘실크로드’를 매개로 초원과 동아시아 간 형성된 다양한 지역적 네트워크를 조명했다”고 말했다. 신라 금관 양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