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열린 ‘따뜻한 대한민국만들기 국민동행’ 사랑의 연탄 나눔 행사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KBS 대담에서 밝힌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관련 입장에 대해 “재발 방지를 비롯한 여러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진솔한 자기 생각을 말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서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마친 뒤 “평가는 국민이 하는 것이고 제가 세세한 발언 내용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적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국민적 걱정, 우려가 있다는 것에 대해 대통령이 공감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재발 방지책도 말하지 않았나”라며 “대통령실에서 추가적인 시스템적 보완 같은 걸 준비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사과와 유감 표명이 없었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느냐’는 질문에는 “처음 답으로 갈음한다”며 말을 아꼈다. ‘김 여사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는 지적에도 “국민의 평가를 평가하진 않겠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 당시 영부인이 김정숙 (여사) 아닌가. 여러 고소·고발이 들어와 있고 의혹 제기가 있잖나”라고도 말했다. 전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특별감찰관 임명 관련 “민주당 시기 영부인에 대한 의혹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걸 지적하는 건 공감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취지를 기자들이 묻자 내놓은 답이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해당 사안을 ‘몰카 정치 공작’이라 규정한 데 대해 “정치공작은 맞잖나. 시계 몰카로 찍은 것이고 지금까지 들고 있다가 총선쯤 터트린 것”이라고 호응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우려할만한 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KBS를 통해 녹화 방송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대담을 시청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KBS를 통해 녹화 방송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대담을 시청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내 평가는 다양했다. 꾸준히 김 여사 사과를 요구해 온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윤 대통령 대답이 국민 눈높이에 맞았다고 보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다섯 글자만 드리겠다. 윤 대통령께서 (대담에서) 계속 ‘아쉽습니다’라고 했는데, 저도 똑같은 말을 반복하겠다. 아쉽습니다”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명확한 사과,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데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해명과 함께 사과도 필요하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대선 출마선언과 대통령 취임 때의 다짐과 절박함을 가슴에 새긴 불망초심(不忘初心)의 자세를 충분히 느꼈다”며 윤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역시 BBS 라디오에서 “대통령 스타일은 약간 건강한 미숫가루 같다”며 “말이 굉장히 정제되고 조심스러웠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도 김 여사가 외교 행보에 동행하는 게 적절할까’라는 진행자 질문에 “무조건 동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국격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박은식 비대위원은 비대위 회의에서 “(윤 대통령 대담에)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은 타지마할 여행 및 의상논란, 그리고 책에도 나온 법카 사용사건을 두고도 반성의 목소리를 내셨나”라며 민주당을 겨냥했다.

민생을 이유로 김 여사 의혹 논의를 이제 멈추자는 주장도 나왔다.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등 야당은 국정운영과 관련된 윤석열 대통령의 중요한 대담 내용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총선용 흠집 내기를 위한 의혹 제기에 혈안이 되어 비판을 쏟아 내고 있다”며 “민생 회복을 위한 대통령의 절실함과 절박함에 화답해 달라”고 말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채널A에 출연해 “초기에 이 문제를 빨리 끊어내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유감을 표현한 뒤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로 고통스러워한다. 이제는 (김 여사 문제를) 정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KBS 신년 대담에서 김 여사 논란에 대해 “정치공작”이라면서 “(상대를)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이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좀 더 단호하게, 선을 그으며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사과나 유감 표명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를 포함한 제도적 보완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