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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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펀드시장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2017년 500조원을 넘어선 지 불과 7년 만이다. 기업 성장과 함께 투자 영역이 확대되면서 자본시장이 활황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체 펀드 순자산액은 1000조8666억원(9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국내 최초의 펀드가 설정된 지 54년 만이다. 첫 펀드 탄생 이후 2017년 순자산총액 500조원을 달성하기까지 47년이 걸렸지만, 7년 만에 두 배인 1000조원을 넘어섰다.

[단독] 펀드 1000조원 시대…첫 도입 후 54년 만에 달성

투자 자산이 다양해지면서 펀드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 예·적금 외에는 주식형·채권형 펀드가 전부였지만 금융산업 발전과 함께 파생상품, 특별자산, 단기금융펀드(MMF), 부동산펀드 등으로 투자 영역이 대폭 확대됐다. 주식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연금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생애주기자산배분펀드(TDF) 등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펀드시장 성장의 과실이 기관투자가와 일부 고액자산가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국내 펀드 순자산의 62%인 621조원이 사모펀드다.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던 공모펀드는 갈수록 위축돼 전체 펀드시장의 38%(380조원)에 그치고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펀드시장 1000조원 달성이라는 성과와 함께 공모펀드 위축이라는 과제가 상존한다”며 “국민들이 공모펀드와 퇴직연금을 적극 활용해 가계 자산을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펀드 5년 수익률 52%…개인 불신은 여전
공모펀드 주춤…사모펀드만 급성장

국민 재테크인 ‘펀드’가 처음으로 10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일반 국민도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겨 돈을 불리는 방식은 이제 전 연령대에 보편화됐다. 하지만 펀드의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툭하면 불거지는 불완전판매 논란과 수익률 둔화 탓이다. 장내에서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FT)의 등장도 전통적인 펀드 상품을 밀어내는 양상이다. 그런 가운데 스타급 펀드매니저들이 사모펀드로 속속 옮기면서 고액 자산가의 돈만 불리는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년 수익률 50% 안팎

공모펀드는 여전히 유효한 재테크 수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투자 지식이 부족하거나 정보를 발굴할 시간 여력이 없는 개인투자자가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영역도 넓어졌다. 2020년 이후 ETF 시장 활성화로 주식뿐 아니라 원자재, 채권, 통화 등에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펀드 수는 10년 전 1만1996개에서 현재 1만5338개로 27.9% 늘어 투자 선택권도 다양해졌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5년 수익률은 52.3%에 달한다. 미국이나 인도 펀드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110% 이상으로 높아진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동안 공모펀드는 주춤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 순자산은 2014년 173조원에서 621조원으로 259% 늘었다. 같은 기간 공모펀드 순자산은 198조원에서 380조원으로 9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공모와 사모의 비중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5.3 대 4.7로 공모가 높았지만 현재는 3.8 대 6.2로 역전됐다.

사모펀드는 일반투자자에겐 ‘그림의 떡’이다.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일반 사모펀드(투자금액 제한 없음)와 헤지펀드(5억원 이상)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로 통합돼 최소 1억원이 있어야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공모펀드 활성화는 과제

사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하자 능력 있는 스타 펀드매니저가 잇달아 사모펀드로 둥지를 옮기고 공모펀드는 고사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공모펀드의 핵심인 국내 주식액티브 펀드는 설정액이 5년 만에 25조원에서 14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2000년대 중반 적립식펀드 열풍 이후 2006년 베트남펀드, 2007년 인사이트펀드 등 대형 펀드에서 큰 손실이 발생한 흑역사도 개인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사모펀드의 문턱이 높아져 개인투자자가 접근할 수 없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퇴직연금 시장 활성화가 주춤한 공모 시장을 되살리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사전지정운영제도(디폴트옵션)가 본격 시행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은퇴 목표 시점에 따라 위험·안전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생애주기형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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