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지원 전혀 못 받아
의료품·물 부족에 공습 위협도
출산키트 요긴하지만 공급 부족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4개월에 접어드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의 임산부들은 더욱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텐트나 공중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는 상황인데 출산 과정에서 의료진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가자지구 북부에 살고 있는 누라 바알루샤는 지난 12월 어느 추운 날 저녁 주변에서 포격 굉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아들 아담을 분만했다. 양수가 터지는 순간 그는 병원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앰뷸런스를 부르는 전화 신호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습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밖을 나갈 수도 없었다.

전쟁 전에 4명의 다른 자녀를 낳았던 바알루샤는 당시 분만 상황을 기억해내며 아기를 낳았다. 시누이가 출산을 도왔는데 나무 빨래 집게로 탯줄을 고정하고 부엌 가위로 잘랐다. 그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내가 본 모든 것을 억지로 기억해야 했다”고 전했다.

유엔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전쟁이 시작됐을 당시 가자지구에는 5만명 이상의 임산부가 있었다. 가자지구는 중동지역에서도 출산율이 가장 높다.

유엔과 의료 종사자 등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에서는 매일 평균 약 180명의 여성이 출산을 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현재 의료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채 더럽고 붐비는 대피소나 공중 화장실, 또는 추운 임시 텐트에서 출산을 하는 형편이다.

평상시에도 출산은 위험하고 충격적인 경험이지만 전쟁 지역에서의 출산은 고통과 위험이 더해진다. 가자지구 내 산모와 신생아들은 질병과 식량 및 물부족에 특히 취약한 상황이다.

이 지역의 36개 병원 중 운영 중인 곳은 13개에 불구하고 그나마 부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의료진이 부족하고 전쟁 부상자가 넘쳐나면서 산부인과 진료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유엔생식보건기구(UNFPA)는 “이집트 국경의 라파시의 알 에미리트 산부인과 병원은 전쟁 전의 5배 이상인 하루 80건의 출산을 처리하고 있고 산모들은 출산 뒤 몇시간 뒤, 제왕절개 직후에도 퇴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라일라 베이커 UNFPA 책임자는 “산모를 위한 비닐시트, 탯줄용 소독 가위, 담요가 담긴 출산 키트는 삶과 죽음을 가르지만 충분히 빨리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임신으로 인한 모든 합병증은 전혀 치료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빈형을 치료하기 위한 철분제조차 부족하다. 출산 후에도 산모와 아기들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 가족들은 분유와 기저귀 신생아를 위한 겨울 옷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제구조위원회 의료팀 일원인 데보라 해링턴 의사는 “출생 증명서보다 사망 증명서를 먼저 써야 하는 것은 뭔가 크게 잘못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