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집안은 미국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 명문가다. 같은 민주당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랫동안 케네디가(家) 사람들과 교유해왔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막내동생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과는 특히 친하게 지냈다. 2009년 케네디 의원이 77세 나이로 사망했을 때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던 바이든은 직접 장례식에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2021년 대통령에 취임한 뒤 바이든은 케네디 의원의 부인 빅토리아 케네디를 주(駐)오스트리아 대사,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케네디를 주호주 대사에 각각 임명했다. 2020년 대선 당시 케네디가 사람들이 바이든을 적극 지지한 데 대한 보은(報恩)일 것이다.

존 F 케네디(1917∼1963). 43세이던 1961년 미국 제35대 대통령에 취임했으나 불과 2년10개월 재직하고 1963년 11월 암살로 생을 마감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케네디가는 역시 바이든 편에 섰다. 지난 4월 미국 언론은 “케네디가에서 최소 15명이 바이든 지지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부가 정치적 입장을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도, 공화당도 거부한 채 제3후보로 독자 출마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케네디 전 대통령 시절 그 밑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동생 로버트 케네디의 아들이다. 모두 ‘케네디’라는 성(姓)을 사용하니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이 케네디 주니어의 인기가 제법 높은 모양이다. 전국 단위의 여론조사에서 10% 넘는 지지율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공화 양당 구도가 확고한 미국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물론 케네디 주니어가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은 낮다. 다만 그가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층 중 어느 쪽을 더 많이 끌어들이느냐는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케네디 주니어를 “극단적인 좌파 인사”라고 부르며 보수 유권자 결집에 나섰다. 민주당은 그가 바이든 표를 잠식할 것이 우려되는지 ‘케네디 주니어 찍으면 트럼프 당선’이란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다.

미국의 의사 겸 변호사 시릴 웨트 박사가 2021년 펴낸 책 ‘케네디 암살을 해부한다’(The JFK Assassination Dissected)의 표지. 왼쪽 사진 속 인물이 저자인 웨트 박사다. 그는 1963년 케네디 암살 후 거의 60년 가까이 그 진상을 파헤쳤다.

케네디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건 ‘대통령 케네디’의 존재 때문이다. 43세 나이에 대통령이 돼 불과 2년10개월 만에 암살이란 비극적 형식으로 세상을 떠난 케네디의 삶은 ‘극적’(劇的)이란 말로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 더욱이 암살범의 정체를 놓고 아직도 의혹이 분분하니 미국인의 기억에서 좀처럼 잊히지 않는 듯하다. 1963년 11월 케네디 사망 후 60년 가까이 사건의 실체를 추적해 온 의사 겸 변호사 시릴 웨트 박사가 지난 13일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2021년 펴낸 책 ‘케네디 암살을 해부하다’에서 암살의 배후로 미 중앙정보국(CIA)을 지목했다.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라는 공식 수사 결과를 반박하며 “오스왈드는 CIA의 첩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비록 고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케네디 암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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