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칠레 남부 지역에서 촬영된 오로라 현상. 초강력 태양 폭풍의 영향으로 이례적으로 남반구에서도 오로라가 자주 관측될 전망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21년 만의 초강력 태양 폭풍이 지구에 도달해 북미와 유럽은 물론이고 남미와 한국에서도 오로라가 최근 관측됐다. 오로라는 태양에서 방출된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 자기장에 끌려 들어와 대기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공기와 부딪히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오로라가 관측될 정도면 태양에서 강한 방사선이 날아온 것으로, 인류 건강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우주에는 태양 폭풍 등의 현상으로 발생하는 방사선이 존재한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활동하는 우주비행사들은 지상보다 더 강한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에 놓여 있다. ISS에서 6개월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지상에서 수십 년 동안 받는 양과 맞먹는 우주 방사선을 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로 높은 수준의 방사선 노출은 암, 심혈관 질환, 신경 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지구 대기권에서도 자성이 강한 극지로 갈수록, 고도가 높아질수록 우주 방사선의 영향이 커진다. 극지방 방사선량은 적도 지역에 비해 2~5배가량 많다. 대표적으로 영향을 받는 경우가 북극 항로를 지나는 항공기에 자주 탑승하는 항공 승무원들이다. 국내에서는 2006년 대한항공이 북극 항로에 처음 취항하면서 항공 승무원의 우주 방사선 피폭 우려가 처음 제기됐고, 현재는 모든 항공사가 승무원들의 우주 방사선 노출 정도를 상시 관리한다. 현행 항공 승무원의 피폭 방사선량 관리 기준은 연간 6밀리시버트(mSv)로 유럽연합(EU) 기준과 같다. 이는 복부 CT(컴퓨터 단층 촬영) 1회 때 받는 방사선량의 절반에 해당한다.

이번처럼 강한 태양풍이 발생해도 지상에 있는 사람들 건강에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주 방사선이 지구에 도달할 때는 지구의 자기장과 대기의 영향을 받는데, 전하를 지니는 우주 방사선은 지구 지면까지 닿는 과정에서 극지방으로 유도된다. 또 지표면에 가까워질수록 대기 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우주에서 들어오는 고에너지 입자가 줄어든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평균 자연 방사선 피폭량은 3.075mSv인데, 우주 방사선 피폭량은 0.255mSv로 미미하다. 윤기창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 연구사는 “현재 국내 모든 항공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북극 항로를 이용하지 않고 있어 승무원들이 태양 폭풍으로 받는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