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TAX
OPTIO MX4
1919년 아사히광학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어 안경 렌즈를 생산하던 펜탁스는 투영기, 카메라 렌즈, 필름 카메라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급기야 2000년대 무렵엔 디지털 ‘포인트 앤 슛’ 카메라 시리즈인 옵티오를 론칭하기에 이른다. PC와 인터넷이 한창 보급되던 2000년대 초는 광학에선 필름에서 디지털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펜탁스의 옵티오 시리즈는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편의성과 콤팩트한 디자인으로 사랑받으며 순항했다. 옵티오 시리즈는 수년에 걸쳐 수십여 종의 모델이 출시됐는데, 그중 Optio MX4는 가장 크게 이목을 끈 모델 중 하나다. 헤드업 & 180° 회전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다양한 앵글로 피사체를 촬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총을 쏘듯 특이한 자세로도 촬영할 수 있었다. 어디서든 이 모델을 꺼내 왕가위 영화처럼 권총을 쏘듯 촬영하는 것만으로 주변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관종을 위한 최적의 카메라였다. 또한 쿨픽스와 함께 셀카 촬영에 최적화된 모델로도 이름을 날렸으니 당시에 만약 인스타그램이 있었다면 수많은 인플루언서가 옵티오를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관심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이는 동영상 촬영 시 카메라를 계속 들고 있어야 하는 촬영자가 편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었다. 독특한 외관답게 10배의 광학줌을 지원해 원거리의 피사체도 쉽게 포착할 수 있으며, M·Av·Tv 등의 수동 모드를 이용해 촬영자가 세부적으로 노출 설정을 제어할 수 있다. 또한 8종의 컬러 필터, 선명도·채도·대비 설정을 통해 입맛에 맞는 다양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어 지금도 그 자체로 돈 주고 사서 쓰고 싶은 필터 역할을 한다. 이승준(카메라 숍 일상망상 대표)

KODAK
EASYSHARE C875
19세기 말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감광필름을 본격적으로 양산한 브랜드 코닥은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며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는 듯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안정적인 카메라 필름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했다. 결국 카메라 후발 주자였던 경쟁 업체들에 점유율을 잠식당했고, 끝내는 2012년 카메라 사업부의 상당 부분을 매각하며 옛 영광을 빼앗겼다. 그러나 코닥이 영광을 누리던 시절에 나온 제품들 중에서도 이지 시리즈는 늘 인기다. 2001년에 처음 소개된 코닥의 이 효자 라인업은 뛰어난 사용 편의성, 경제성으로 많은 고객을 사로잡았다. 이지쉐어 DX(초기 모델), 이지쉐어 C(소형), 이지쉐어 Z(고급형) 등 다양한 세부 시리즈가 있고, 그중 이지쉐어 C 시리즈의 모델들이 사용법이 쉽고 사이즈가 작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뉴진스 멤버들이 화보 촬영 때 소품으로 사용해 일명 ‘뉴진스 디카’로 알려진 C875가 바로 이 시리즈다. 2006년에 출시된 C875는 상단에 버튼과 다이얼 그리고 후면의 버튼들이 오른쪽에 집중 배치되어 오른손 한 손으로도 모든 조작이 가능하며, 소형 디카치곤 꽤 큰 2.5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있어 조작감과 사용성이 훌륭하다. 일상 촬영에는 지금도 부족함 없는 800만 화소의 CCD 센서, 다양한 장면 모드, 수동 설정, 영상 촬영까지 포인트 앤 슛 카메라가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기능을 담고 있다. 이승준(카메라 숍 일상망상 대표)

CASIO
EX-Z780
빈티지 디카를 찾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냥 예뻐서다. 미러리스나 DSLR 등의 고성능 카메라는 새까맣거나 필름 카메라 스타일인 경우가 많고, 투박하다. 그에 반해 2000년대 디카들은 어떤가. 핑크만 따져도 베이비 핑크, 핫 핑크, 새먼 핑크까지 수많은 핑크 모델을 다 찾을 수 있다. 블루, 레드, 블랙, 실버 등의 다양한 색상도 색상이지만 그 디자인은 또 어떠냐면, 렌즈가 막 돌아가고 거짓말 좀 보태면 두꺼운 수첩보다 조금 두꺼운 예쁜 카메라들이 잔뜩이었다. 그중에서도 지금 20대들의 마음을 울리는 시리즈가 바로 카시오의 엑슬림 시리즈다. 그중 메탈릭한 질감의 체리 색상 같은 선명한 핑크빛의 카시오 EX-Z780은 무게가 고작 145g. 이 카메라를 손에 쥐어보면 어째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단박에 이해가 될 것이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와 감기는 그 그립감은 직접 만져보지 않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2000년대의 감성을 잔뜩 갖추고 있으면서도 2000년대 후반에 출시되어 USB 단자로 휴대폰을 충전하듯이 충전할 수 있다는 점 역시 강점이다. 또한 26가지 촬영 모드를 지원해 빈티지 카메라를 필터처럼 활용하고 싶은 입문자에겐 최적이다. 이경해(카메라 숍 빈티지샷샷 대표)

FUJIFILM
FINEPIX 4700Z
후지필름은 1934년 기업명에 맞게 사진 필름 생산에 중점을 두고 설립되었고, 꽤 이른 1988년 메모리카드가 통합된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하면서 시대의 흐름을 잘 좇았다. 특히 그 과정에서 실기한 몇몇 다른 필름 제조사 출신 디지털 카메라 회사들에 비하면, 필름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디지털 시대로 원활하게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쿨픽스와 함께 당시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국민급’으로 불리던 후지필름의 대표 모델이 바로 파인픽스다. 파인픽스는 A, F, Z, J, S 등 다양한 강점을 내세운 시리즈들을 출시해왔는데, 그중에서도 유명한 모델이 바로 2000년에 출시한 파인픽스 4700z다. 초창기 모델 중 하나인 이 모델은 세계 최초로 슈퍼 허니컴 CCD를 탑재해 고화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세계적인 광학 브랜드 라이카와 협업을 진행한 모델로 라이카에서는 같은 디자인의 ‘디지룩스 4.3’이란 이름을 달고 출시되었다. 그 시절 출시국인 일본에서 12만8000엔, 국내 출시가 180만원이라는 초고가 모델이었던 터라 20년이 지난 지금도 공급이 항상 모자란 초인기 모델이다. 240만 Super CCD(432만 화소), 스마트 미디어 메모리카드를 사용하는 게 가장 레트로한 특징이며, 전원을 켤 때는 “Hello”, 끌 때는 “Bye!”라는 인사말이 모니터에 표시되는 게 크나큰 매력 포인트다. 현재도 구하기 쉬운 AA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점과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 소재의 세로형 셰이프, 후지필름사의 필름 카메라와 유사한 질감 덕에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왕형석(카메라 숍 언더이엑스피 카메라 공동대표)

NIKON
COOLPIX 2500
2000년대 초반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다. ‘현상’과 ‘스캔’ 등의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저장 매체에 기록된 사진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고 컴퓨터로 파일을 이동하기 간편했다. 이런 편의성에 박차를 가한 또 다른 요인이 있었으니, 바로 싸이월드, 프리첼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였다. 커뮤니티와 개인 사진첩에서 사진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디지털화 추세는 더욱 가속되었다. 수많은 카메라가 난립하는 와중에도 ‘국민 디카’라고 부를 만큼 압도적으로 자주 보이던 모델이 바로 니콘의 쿨픽스 시리즈였다. 황정민, 조승우, 지진희가 우정 여행에 들고 가 전설의 ‘황조지’ 밈을 창조할 때 사용한 모델이 바로 이 니콘 쿨픽스 2500이다. 2002년에 출시된 이 모델은 세련된 디자인과 탁월한 성능으로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특히 회전 렌즈로 셀카 촬영이 가능했다는 점은 충격 그 자체였다. 출시 당시 최고 화소급인 200만 화소의 CCD 센서로 최대 37mm에서 111mm까지의 광학 3배 줌 렌즈를 탑재했으며, 조리개는 f/2.7-f/4.8에 달한다. 다양한 촬영 환경에 적합한 모드를 제공하며 기능적인 면과 더불어 주머니에 쑥 들어가는 114×60×32mm의 콤팩트한 크기와 165g에 불과한 가벼운 무게로 휴대성 또한 갖추었다. 니콘은 쿨픽스 2500의 인기에 힘입어 이후에도 쿨픽스 시리즈를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갔으며, 후속작인 쿨픽스 3500, 쿨픽스 SQ, 쿨픽스 S10 등의 강화판 모델들로 꽤 오랜 시간 디카판의 빅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서배산(언더이엑스피 카메라 공동대표)

FUJIFILM
FINEPIX J40
앞에서도 언급했듯 쿨픽스와 함께 당시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국민급’으로 불리던 후지필름의 대표 모델 파인픽스다. 앞서 소개한 4700z가 2000년도, 즉 디지털 카메라의 시조새 격이었다면 파인픽스 J 시리즈인 파인픽스 J40은 디지털 카메라 시대의 마지막을 지킨 모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2010년 그러니까 2009년 6월 전 세계를 경악과 공포로 몰아넣은 아이폰 3gs가 출시된 뒤에 나온 디지털 카메라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출시되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마지막에 나온 모델’이라는 점은 빈티지 시장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 모델은 지금 우리가 구할 수 있는 2000년대 디지털 카메라들 중 가장 작은 편이며 그 무게는 고작 113g. 엑슬림과 비슷하게 손바닥 안에 ‘촤악’하고 감기는 느낌이 일품이다. 내장 플래시를 자동, 발광 금지, 강제 발광 등 세 가지 모드로 설정할 수 있으며(당시엔 자동이 안 되는 모델들이 있었다), 특히 플래시를 터트리면 특유의 후지필름사의 레트로한 질감이 그대로 살아난다. 흔들림 방지 모드가 탑재되어 손목에 스트랩을 건 뒤 움직이며 촬영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이경해(카메라 숍 빈티지샷샷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