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정부 “중국과 무역하겠다” 발표
미국 영향에 대만과 단교 없이 ‘줄타기’ 전망
투발루도 단교 가능성…대만 수교 12개국 남아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던 중미 과테말라가 중국의 손을 잡으면서 대만과 단교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나우루의 단교 선언으로 대만 수교국이 12개만 남은 상황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과테말라와 관계가 단절될 경우 대만이 받을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도 대만과 단교할 가능성이 제기돼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과테말라가 중국과 공식적인 무역 관계 수립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를로스 마리로 마르티네스 과테말라 외무장관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대만과의 관계는 현재와 같이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힘과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아레발로 신임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역 사무소를 설치해 중국과 접촉할 것이며 과테말라 제품이 중국에 수출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대통령 당선인의 지지자들이 취임식 날 과테말라시티의 헌법 광장에 모여 있는 가운데, 과테말라 국기가 펄럭이고 있는 모습. 로이터뉴스1

지난달 15일 취임한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중국과의 관계 재정립 필요성을 밝혀왔다. 오랜 경제난과 사회불안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세계 2위 경제규모를 가진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중국 정부는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과테말라 새 정부가 역사적 대세와 시대 흐름에 따라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나의 중국은 국제 사회의 보편적인 공동인식이자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이라고 강조했다. 수교 의사를 반기면서 사실상 대만과의 단교를 압박한 것이다.

 

중국은 수년간 대만 수교국들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며 영향력을 확대해 왔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대만과 관계를 단절할 것을 종용해 왔다. 2021년 니카라과, 지난해 온두라스, 지난달 15일 나우루까지 최근 중국의 손을 잡은 국가들은 동시에 대만과 외교관계를 끊었다.

 

과테말라 역시 본격적으로 중국과 교류에 나설 경우 대만과 단교할 가능성이 크다. 과테말라는 인구 약 1800만명으로 현재 대만이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12개국 중 가장 많다. 이에 따라 과테말라까지 중국의 손을 잡을 경우 대만의 글로벌 영향력은 더욱 빠르게 약화할 전망이다. 

2024년 1월 15일 현재 대만과 수교를 맺고 있는 12개국. 스타티스타 캡처

다만 현지 매체들은 대만과 단교에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과테말라가 미국과 가까운 대만과의 관계를 끊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불법 이민자 억제를 목표로 과테말라 등 주변국에 민관 파트너십 방식으로 42억 달러(5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아발레로 신임 대통령도 “우리는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고, 그들(대만)과의 협력을 더 잘 조정할 수 있도록 대화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과테말라가 중국과 실질적 교류를 강화하면서 대만과도 외교관계를 이어가는 ‘줄타기 외교‘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태평양 섬나라 투발루도 대만과 단교 후 중국과 수교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치러진 투발루 총선에서 친 대만파인 현 총리가 낙선하고, 중국과 수교를 주장한 의원은 자리를 유지하면서다.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는 지난달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나오자 곧바로 단교를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나우루가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후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 장관은 중국이 나우루에 1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 금액은 나우루의 1년 국가 예산보다 많고, 대만이 나우루에 연간 지원하는 금액의 10배가 넘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과테말라, 파라과이, 교황청, 벨리즈, 에스와티니, 아이티, 팔라우, 마셜제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등 12개국이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주진보당이 2016년 집권한 이후 중국은 대만과 수교한 국가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대만 수교국은 2016년 22개국에서 7년여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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