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사진, 스마일게이트]

[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5조원을 달라?”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게임업계 거부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결혼 생활 20년을 같이 한 아내 이 씨가 권 씨를 상대로 재산 분할 이혼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재산 10조원대(추정)로 국내 4위 재력가인 그의 이혼이 성립된다면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 분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권 씨 부부의 이혼 소송이 재벌가 이혼 사례와는 다른 “전례없는 일”이라며 입을 모은다. 권 씨의 아내 이 씨가 스마일게이트의 공동창업자이기 때문이다. 권 씨도 인정할 정도로 창업 과정에서 아내 이 씨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마일게이트 사옥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 원정숙)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감정인 2~3명에게서 감정산출방법과 예상감정료를 제출받았고, 이를 지난달 30일 권혁빈 창업자 부부 양측에 전달했다. 권 창업자 부부가 이를 검토한 뒤 반대하지 않는다면 이들 감정인이 재산에 관한 감정을 시작하게 된다.

재산 감정이란 이혼 당사자가 보유한 현금, 주식, 부동산 등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전문 감정인이 확인하는 절차다. 스마일게이트그룹 기업가치는 10조원 안팎으로 평가된다. 권 씨는 현재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부인 이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권 창업자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 절반을 요구했다. 5조원 가량이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는 2002년 5월 결혼한 직후인 6월 스마일게이트를 아내인 이 씨와 공동으로 창업했다. 지분은 권 씨가 70%, 이 씨가 30%씩 나눠 가졌다. 이 씨는 창업 초기 대표이사도 맡았다.

이 씨는 20년간 결혼 생활을 하며 자녀를 양육했고, 창업 초기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며 권 씨 보유 지분 중 절반 상당의 재산분할을 주장했다. 스마일게이트가 창업했을 때부터 기업의 성장과 가치 형성에 공동 기여했다는 취지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사진, 연합]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는 은둔형 경영자로 특히 사생활과 관련해선 지금껏 드러난 게 거의 없었다. 1974년생인 그는 1999년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부인과는 서강대 재학 시절 동문으로 만나 지난 2001년 결혼했다. 그는 2002년 부인과 함께 스마일게이트를 공동 창업했다. 이후 게임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대박을 터트리며 엄청난 부호의 자리에 올랐다.

권 씨 아내 이 씨는 창업 과정에서 2대 주주였을 뿐 아니라 2002년 7월엔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이사에 올라 경영을 총괄했다. 첫째 딸을 임신하면서 그해 11월 권 씨에게 대표이사직을 넘겼지만 그 후에도 2005년 12월까지 스마일게이트의 등기이사로 재직하며 경영에 참여해왔다.

이 씨는 출산 이후 회사 복귀를 희망했다. 하지만 권 씨의 반대로 복귀는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의 성장과정에서 2대 주주였던 이 씨의 지분은 줄어들었고, 권 씨의 1인 지배구조 체제는 더욱 확고히 됐다.

이 씨 측 요구대로 절반의 재산분할이 성립될지 여부를 두고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부부가 결혼 후에 공동으로 창업한 회사를 분할하는 자수성가형 재벌의 첫 이혼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부인 이씨가 회사 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재산분할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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