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차단으로 정전된 거리에서 놀고 있는 멕시코 아이들. /로이터 연합뉴스

멕시코의 주요 일간지 편집장이 한국을 비교 대상으로 삼으며 자국의 경제 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멕시코 언론 엑셀시오르의 파스칼 벨트란 델리오(58) 편집장은 14일(현지시각) ‘전력, 두 가지 사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나는 다른 국가가 내린 경제 정책의 영향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항상 멕시코와 한국을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델리오 편집장은 “한국은 멕시코의 한 주 정도의 영토를 갖고 있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과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분리되어 있음에도 1980년대 중반 이후 1인당 국민소득 측면에서 멕시코를 능가하는 수준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의 도약은 한때 ‘기적’으로 묘사됐지만, 그 이유는 초자연적인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국가를 성장의 길로 이끌고 국민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한 지도자들의 결정 결과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멕시코에서는 한국 영화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전력 생산과 분배에 대한 우리의 한계를 고려할 때 경제 분야에서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델리오 편집장은 1960년 한국은 민간인 인구 10분의 1이 사망한 5년간의 내전에서 막 벗어나고 있었다고 했다. 당시 한국의 경제는 아프리카 가나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멕시코의 GDP(국내총생산)는 한국의 3배 규모였다고 했다. 이후 한국은 여러 글로벌 위기로 인해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2004년에는 이미 멕시코를 넘어서는 경제 규모를 달성했다고 했다.

한국에도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두 나라가 그동안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하는 건 유용하다고 델리오 편집장은 주장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3.6세인 반면 멕시코는 75.4세다. 1960년 양국의 기대 수명은 55세로 비슷했다. 또 2022년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2422달러지만, 멕시코는 1만1496달러라고 했다.

델리오 편집장은 “전력 발전은 한국이 멕시코와 멀어진 또 다른 예”라고 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전력 생산량은 63만3243GWh로, 멕시코의 39만5000GWh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는 “두 나라의 경제 규모 차이는 있지만, 한국은 석유가 없고 전력의 거의 30%를 천연가스로 생산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태양광 발전에서도 한국은 2022년 2만9920GWh를 생산했지만, 멕시코는 9360GWh를 생산하는 데 그쳤다. 이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8위, 멕시코는 17위다. 심지어 멕시코의 일조량은 세계 2위다.

델리오 편집장은 “멕시코의 전력 사업이 이처럼 취약하고 낙후된 것은 잘못된 정부 정책 결정 외에는 이유가 없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무엇보다 충분하고 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국가를 찾고 있는 시점에서 이는 투자자들에게 끔찍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최근 멕시코시티를 포함한 주요 지역에서 발전소 가동 오류로 정전이 일어나면서 국가 전력망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최근 정례 기자회견에서 “폭염에 따른 냉방기기 가동 증가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거나 “전력청이 잘 대처하고 있다”는 등의 해명을 하자 현지 매체들은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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