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당한 건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1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심하게 손상된 건물의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등 동맹국들 반대 무시
모스크 2곳·주택 집중 포격
이 군 “인질 2명 구출” 밝혀
현지 주민 ‘지상전’ 공포 확산

이스라엘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반대에도 가자지구 남부 라파를 공습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라파를 공격했다.

현지 주민들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던 시간에 공격을 받기 시작해 공포에 질렸으며, 일부는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지상공격을 개시했을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스라엘 전투기와 전차, 선박이 공습에 참여했으며 모스크(이슬람 사원) 2곳과 주택 여러 채가 공격받았다고 말했다. AFP는 라파 외곽에 집중 포격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측 가자지구 보건부는 6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보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팔레스타인인 최소 37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아랍권 방송사 보도를 인용해 사망자가 100명으로 늘었으며 230명 이상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에 “일련의 공격”을 가했으며 현재 “완료됐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이후 별도 성명을 내고 라파에서 특수 작전을 실시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당시 납치됐던 페르난도 시몬 마르만(60)과 루이 하르(70) 등 이스라엘 인질 2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격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이스라엘 동맹국들이 주민들에 대한 안전을 확보하기 전에는 지상전을 개시하지 말라고 경고한 직후에 이뤄졌다. 백악관에 따르면 전날 바이든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면서 “라파에서 군사 작전은 라파에 대피해 있는 100만명 이상 주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지원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고 실행 가능한 계획 없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들도 이스라엘군이 라파에서 지상전을 전개할 경우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은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라파에 대한 군사 작전이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라파를 공격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자지구와 국경을 접한 이집트는 라파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될 경우 1979년 이스라엘과 맺은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파기할 방침이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경고를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ABC 방송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라파에 남아 있는 하마스 테러 부대를 소탕할 것”이라고 했다.

라파는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피해 북부에서 중부로, 중부에서 남부로 밀려내려온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최후의 피란처’ 역할을 하고 있다. 본래 인구는 28만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100만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