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계의 신선계곡,응봉산 원탕 삼림욕
백암,덕구에선 에너지 충전 온천욕
2~3월엔 해수욕 대신 울진대게 식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후포에서 죽변까지, 울진은 삼림욕·온천욕·해수욕, ‘삼욕(三浴)’의 여행지이다.

백암온천은 ‘경북의 무릉도원’ 신선계곡, 덕구온천은 응봉산 온천 원탕으로 가는 ‘지구촌 13개 대교’ 트레킹길과 연결돼 있다.

2월 하순 대게축제가 열릴 후포의 등기산스카이워크
죽변의 여명
후포 대게 어판장

응봉산 기슭 원탕(源湯)에 가면, 국내 온천으론 드물게 뜨거운 물줄기가 땅 속에서 솟아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경북 동해안 중에서 무역선과 어선이 가장 적은 울진은 최고의 청정해역이기도 하다. 에메랄드빛 울진 바다에서 해수욕이 좋지만, 쌀쌀한 이맘 때엔 해수욕(海水浴)을 식욕(食慾)으로 대체된다. 이 시기 지역 대표 먹거리인 대게 덕분이다.

늦겨울~이른봄 울진여행은 토털 헬스케어이다. 완만한 등산로를 가진 삼림욕이 면역력을 높이고 기초 체력을 키운다면, 울진 온천욕은 신경통, 근육통, 뇌졸중 예방, 피부에 좋고, 임금 수라상에 올랐던 울진대게는 풍부한 타우린으로 자양강장, 성장발육에 좋다.

울진의 ‘1욕’은 식욕…대게가 제철

“찬 바람이 불면, 내가 떠난 줄 아세요…울진으로~.”

찬 바람이 불면, 울진대게외 붉은대게는 속이 꽉 찬다. 그리고 울진 해안은 대게 어획 전국 1위 지역 답게 대게로 넘쳐난다.

수중산맥 왕돌초의 위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유는 울진 남쪽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라는 거대한 수중 암초지대에 대게가 모여 살기 때문이다. 대형 암초를 기준으로 동서 21㎞, 남북 54㎞ 지역에 있는 왕돌초의 부속 암초로 추정되는 수중 구릉지까지 합하면 대게 서식지는 100㎞(삼척 남부~울진 전체~영덕 중부) 가량 이어진다. 울진은 이 수중 산맥의 70%를 차지한다.

백두대간과 평행으로 달리는 이곳은 수중 생물에겐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최적 생태환경이고,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곳이라 대게들이 집중 서식한다. 대게를 포함해 126종의 해양생물이 왕돌초라는 물 좋고 산 좋은 지대에 모여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이 지역 대게는 특히 타우린 성분이 많아 어른들에겐 자양강장, 아이들에겐 신체 발육에 좋다. 울진대게는 해마다 지역 축제를 통해 국민들에게 가성비 높은 봄맞이 보양을 시켜준다.

축제 이벤트, 울진대게 맨손잡기

올해도 울진군은 오는 22~25일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서 ‘2024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를 연다.

울진대게와 붉은대게를 값싸게 가져가는 경매, 붉은대게를 재료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 무료 시식, 선상 일출 요트 승선 체험, 등기산 대게길 걷기, 체험 놀이마당, 궁중 의상 체험, 거일리 대게원조마을 대게풍어굿, 게장 비빔밥과 원조마을 대게국수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울진 요트체험. 사진은 국제대회때 모습.

울진의 ‘2욕’은 삼림욕…면역력 증진

울진은 산과 계곡에 그 귀하디 귀한 금강송이 군락하고 있어 훌륭한 풍광과 함께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산림욕도 가능하다. 신선들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신선계곡(신선골, 선시골)은 울진군 남쪽 백암산(1004m) 자락 북동쪽 경사면의 바위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좁고 긴 협곡이다.

용이 살았다는 용소를 비롯해 바위 아래로 파고든 계곡수가 함지박을 닮은 그릇을 빚어내고, 그 아래 다시 오종종한 자연의 돌그릇들을 만들어낸다. 바위는 물의 흐름에 닳고 닳아 호리병이 되고, 때론 너른 접시 모양의 반석이 된다. 바위 속을 움푹하게 퍼 낸 듯도, 바위를 물레에 돌려 무늬를 넣은 듯도 하다.

신선계곡

울진군 북면 덕구계곡 응봉산에는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등 전 세계 13개 랜드마크 대교가 있어, 하나씩 하나씩 건너며 목적지인 ‘온천 원탕’에 도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원탕의 온천원수를 온천마을로 직송하는 파이프가 동행하는 가운데 1, 2다리 금문교와 서강대교를 건넌다. 앞서가던 여행자가 온천수 송수관에 손을 대자마자 무척 뜨거운 듯 떼고, 그 다음 여행자도, 또 그 다음 여행자도 같은 행동을 보여 후미의 동반자를 긴장시킨다. 사실 관은 그렇게 뜨겁지 않지만, 이심전심 장난기가 발동한 탓이다.

프랑스 노르망디교, 호주 하버교 미니어처를 건너는 동안 형제폭포, 옥류대, 용소폭포 등 절경을 마주하고, 독일 크네이교에 이르면 아름다운 절경 용소를 만난다.

이어 스위스 모토웨이교, 스페인 알라미로교, 경복궁 취향교, 경주 불국사 청운교와 백운교, 영국 트리니티교, 일본 도모에가와교, 중국 장제이교를 지나 영국 포스교로 향할 무렵 원탕에 이른다. 따뜻한 물이 늦겨울에 치솟고, 그 아래엔 자연 족탕을 두었다.

울진 온천욕의 원천, 덕구계곡 원탕

울진의 ‘3욕’ 온천욕…근육통·피부미용에 탁월

울진 온천의 전설은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카를로비바리(체코) 사슴 전설과 흡사하다. 고려시대 사냥꾼들이 응봉산 멧돼지를 공격해 상처를 입혔는데, 도망을 하다 어느 곳에 잠시 머물더니 상처가 회복된 듯 다시 쏜살같이 달아났다. 사냥꾼들이 하도 이상해 그곳에 가봤더니 온천이 있더라는 것.

체코로 간 황제도 사슴 사냥에 성공했다고 믿고 달려갔으나 창에 맞은 사슴이 사라졌고, 나중에 확인해보니 온천수가 있었다고 했다. 백암온천 전설은 응봉산 멧돼지와 비슷한 전개로 구전되는데, 이 전설은 신라 때 나온 것으로, 체코의 것 보다 이르다.

응봉산 원탕에선 하루에 2000여t의 어마어마한 온천 원수를 공급하기에 울진에선 정화 후 재사용하지 않는다.

41.8℃를 유지하는 덕구 온천수는 칼슘, 칼률, 철, 염소, 중탄산, 불소, 나트륨, 마그네슘, 라듐, 탄산, 규산를 함유하고 있다. 이에 신경통, 류마티스성 질환, 근육통, 뇌중중, 여성 피부 미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암온천은 무색무취한 53℃의 온천수로, 여성들이 선호한다. 사슴 전설이 처음 알려지자 인근 백암사의 스님이 돌무더기로 탕을 만들어 환자들을 돌봤다고 전해진다. 백암온천은 온천 관련 업소 뿐 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 가정에까지 풍부한 수량을 공급한다.

울진 대게찜

대게·문어·도다리…여행의 끝은 해산물로 보양

이제는 먹어서 건강을 챙기는 시간이다. 오는 22~25일 후포 축제장이 아니라도, 왕돌회수산의 제철 대게 찜, 문어 숙회, 강도다리, 게살전은 같이 간 사람과의 대화를 잊을 정도로 맛이 좋다. 대나무 같은 대게 다리 마디 바로 안쪽을 엄지손톱으로 누른뒤 스냅을 주어 분리하면 살 덩어리를 통째로 빼는 기술을 주인이 가르쳐준다.

‘아삭’하며 베어지는 듯 하다 마지막 쫄깃한 식감의 여운을 남기면서 고소한 맛을 오래 간직한 뒤 목울대를 넘어가는 울진산 강도다리는 활어회 중 참돔과 함께 대한민국 최고가 아닐까 싶다.

게살전은 메인 요리가 등장하기 전에 나오는 곁들임 음식 쯤으로 생각했다가는 큰 코 다치는 별미이다. 반죽에 게살을 갈아 넣어 전을 부쳤는데, 울진 왕돌초 바다 내음이 짙게 풍긴다.

가리비칼국수

망양정해물칼국수의 ‘가리비+홍합 칼국수’ 역시 바지락으로 만든 서해안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진한 풍미를 전한다.

전복죽의 경우 신안 흑산도가 유명한데, 흑산도 것이 다양한 해산물의 농익은 향이 난다면, 축제장 인근 후포 등기산공원 앞 동심식당의 울진 전복죽은 동해 청정해역에서 자란 전복의 깔끔한 맛이 그대로 죽에 스며들어 있다. 울진 전복죽에는 전복이 참 많이 들어간다.

울진전복죽
울진 은어다리 야간 조명

‘울진 3욕’을 마치고 나면 후포등대, 은어다리 등지에 화려한 조명등이 켜지며 울진의 밤을 장식한다.

백두대간의 등줄기 한 가운데 손을 위로 뻗어도, 아래에서 올려도 닿지 않던 오지 울진은 이제 천혜의 자연을 가장 잘 보존한, ‘오감(五感) 힐링 여행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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