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총선을 앞둔 여야 지도부가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내놓은 공약이 있습니다.

땅위에 나와있는 철로를 땅 밑으로 묻겠다는, ′철도 지하화′ 공약입니다.

주민 편익을 높이고, 대규모 개발로도 이어지는 만큼 선거 때마다 등장한 단골 공약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되는 대표적인 공약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실현하기 쉽지 않은 공약이란 얘긴데, 여야 모두, 이번엔 다르다고 장담하고 있습니다.

김민형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신도림역과 구로역 사이.

기찻길을 사이로 도심 양쪽이 갈라져 있습니다.

수도권 전철과 국철 ktx까지 지나는 철로는, 이 지역 남쪽과 북쪽을 분리시켜 개발을 제한해왔습니다.

소음은 물론 매번 길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이 컸는데 철길을 지하로 묻고 땅을 연결시켜 주겠다는 공약은 반갑습니다.

[유옥균/주민]
″<몇 년 사셨어요?> 나 74년. 길이 없으니까 불편하지. 저 굴다리 없으면 완전히 막힌 동네잖아.″

[구삼례/주민]
″(길을) 내면 좋죠. 내면 좋아요. 아주 100% 좋아, 나는. 여기서 45년? 이제 나이가 일흔이 넘으니까 저 쪽에서 차에서 내려가고 올라와 봐, 사람 죽겠어요.″

하지만 이 분들이 이런 공약을 이번에 처음 들은 건 아닙니다.

2010년 서울시는 서울역- 구로- 인천 구간 지하화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검토 단계에 머물렀습니다.

2016년 이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약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김철근/당시 국민의당 후보(2016년)]
″경인선을 지하화 해서… 관광시설을 만들어서 중국 관광객들이 대대적으로 찾아오는.″

2018년 지자체 선거를 앞두곤 인천 시장 후보 토론회에서도 거론됐습니다.

[유정복/당시 인천시장 후보(2018년)]
″이 (경인선 지하화) 사업은 GTX 사업과 동시에 추진됨으로써 이 공사비를 현격하게 줄여서‥″

이번에 여야가 발표한 공약은 서울 수도권 등을 망라하며 비용만 수십 조로 추산됩니다.

지난 달 국회를 통과한 ′철도지하화특별법′을 근거로 필요한 돈은 철도를 지하화하고 남은 땅을 활용해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어제)]
″우리는 이걸 여기만 하려는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이걸 원하는 데가 많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르고 의지가 다르다고 봤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경비 문제도 해결되고 정책적으로 가능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철도 지하화, 또 역사 지하화를 추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추가 재정소요가 예상되고 사업계획 등도 불확정적″이라며 ″합리적 비용 추산에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비용을 충당할 만큼의 개발 이익을 어디까지 보장해줄 건지, 수익성만 앞세운 난개발이 되지 않을지도 따져야합니다.

[최진석/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개발 계획을 민간한테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준호/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수도권이 아니면 충분한 개발 이익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고, 공사비를 충당할 만큼의 충분한 개발 이익이 남아야 하는데.″

서울과 수도권 땅을 들썩일 만한 이번 개발 계획 발표에 시큰둥한 이유기도 합니다.

[부동산 관계자(음성변조)]
″일부 사람들한테 해당되는 것이지 국민 전체적으로 봤을 때 무슨 이득이 얼마나 있겠냐… 총선용이라고 봐야죠.″

[박 모 씨/직장인]
″예산도 그렇고 그 돈을 다 어디서 날 거야. 그거는 국민을 위한 표 따먹기 위해서 한 거지, 별로 국가에 도움이 안 돼요.″

선거 공약의 진정성은 선거가 끝난 뒤에 다시 따져봐야 합니다.

MBC뉴스 김민형입니다.

영상취재: 박종일·서현권·전효석 / 영상편집: 장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