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축구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2·토트넘)의 ‘라스트 댄스’가 아쉽게 막을 내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60·독일)이 이끄는 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알라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3카타르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중동의 복병 요르단에 0-2로 완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1956년 제1회 홍콩대회, 1960년 국내에서 개최된 제2회 대회 이후 64년만의 통산 3번째 아시아 정상 등극을 향한 한국축구의 오랜 꿈은 이제 3년 뒤 사우디아라비아대회로 다시 미뤄졌다.

누구보다 우승을 갈망했던 손흥민의 충격은 상당해 보였다. 대표팀에서든 소속팀에서든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좌절할 때마다 피치에 주저앉아 펑펑 울며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곤 했지만, 이날 요르단전을 마친 뒤에는 눈물조차 마른 듯했다. 인사하며 다가온 상대 선수들을 격려하면서도 멍하니 주변을 응시했을 뿐이고, 마이크 앞에 섰을 때도 잠시 고개를 숙인 채 울컥한 것이 전부였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손흥민은 “최선을 다했는데 우리 실수로 이렇게 마무리돼 죄송하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무슨 말씀을 드릴지 모르겠다. 우리가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이로써 손흥민의 성인무대 첫 우승도 물거품이 됐다. 1992년생인 그가 태극마크를 달고 A매치를 뛸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 박지성(43·은퇴), 기성용(35·FC서울) 등 대표팀 전임 주장들의 과거 행보에 비춰보면 당장 태극마크를 내려놓아도 이상하지 않다. 다음 아시안컵 출전을 기약할 수 없는 이유다. 손흥민은 ‘클린스만호’의 2026북중미월드컵 선전 가능성에 대해 답하는 과정에서 “내가 앞으로 대표팀을 할 수 있을 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감독님이 날 선택하지 않을 수 있고, 미래도 알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은 우승과 인연이 잘 닿지 않았다. 와일드카드(기준 연령 초과 선수)로 23세 이하(U-23) 대표팀에 발탁돼 출전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사실상 유일한 성인 커리어 타이틀이다. 함부르크~레버쿠젠(이상 독일)~토트넘(잉글랜드)에서 오랜 시간을 뛰었으나 한 번도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하지 못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그컵에서도 모두 정상 문턱만 밟아봤을 뿐이다.

아시안컵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 카타르대회에선 일본과 준결승에서 승부차기로 패했고, 2015년 호주대회에선 개최국 호주와 결승에서 연장 혈투 끝에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대회에선 8강으로 끝났다.

2022카타르월드컵 우승으로 오랜 한을 푼 아르헨티나의 영웅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처럼 손흥민 또한 환하게 웃으며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길 모두가 바랐으나, 이번 대회 기간 ‘클린스만호’의 위태로웠던 행적을 돌이켜보면 우승은 욕심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손흥민은 호주와 8강전에서 1-1로 팽팽하던 연장 전반 14분 절묘한 프리킥 역전골로 4강 진출을 견인하는 등 이번 대회에서 3골을 뽑은 채 쓸쓸히 퇴장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