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은 누가 뭐래도 아시아 역대 최고의 선수다.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골든부트(득점왕), 2020년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 등을 차지했다. 이미 A매치도 122경기(44골)를 뛰는 등 그가 걸어온 길은 ‘위대함’ 그 자체다.

그러나 우승과는 인연이 잘 닿지 않았다. 와일드카드(기준 연령 초과 선수)로 U-23(23세 이하) 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한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게 유일한 우승이다. 프로생활을 시작한 뒤로 독일과 잉글랜드에서 리그와 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 여러 대회에 나섰지만 정상 등극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앞선 3번의 아시안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은 대표팀 막내로 나선 2011년 카타르대회에선 일본에 4강전에서 패했다. 당시 후반 교체로 출전해 연장전까지 소화했지만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3·4위전에선 승리했지만 벤치에서 지켜봤고, 그의 첫 아시안컵은 3위로 막을 내렸다.

2015년 호주대회에선 대표팀의 주축 공격수로 도약해 맹활약했다. 개최국 호주와 결승에선 연장전 끝에 1-2로 패한 뒤 눈물을 쏟았다.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 대회에서도 대표팀을 이끌었지만 8강전에서 카타르에 0-1로 일격을 당했고, 조기에 짐을 싸 영국으로 돌아갔다.

아쉬움은 성장의 양분이 됐다.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2023카타르아시안컵에서 고비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독일)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을 구하고 있다. 3일(한국시간) 알와크라 알자누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호주와 대회 8강전에서 주장답게 위기의 순간 빛났다. 손흥민은 연장전까지 풀타임을 소화하며 한국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0-1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울버햄턴)의 동점골로 이어진 페널티킥(PK)을 얻어냈다. 1-1로 맞선 연장 전반 14분에는 절묘한 프리킥 골로 한국을 대회 4강에 올려놓았다.

손흥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3골을 뽑아 2015년 아시안컵에 이어 단일대회 개인 최다골 타이를 이뤘다. 7일 요르단과 준결승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면 새로운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조별리그(E조)에서 요르단을 상대로 이미 골을 넣은 바 있고,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만큼 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손흥민 또한 국민적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아시안컵에서 아픈 기억이 많았지만 그 기억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 4팀만 남아 우승 트로피를 다툰다. 우승만 바라보고 나아가겠다”며 정상을 향한 집념을 드러냈다.

유럽무대에서 꾸준히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며 한국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손흥민이 1960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한국으로 가져올지 궁금하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