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을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알울라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홍해 일대 중동 5개국을 돌면서 확전 방지를 설득하는 데 나서고 있지만 이스라엘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8일(현지시간) 레바논 헤즈볼라의 사령관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폭사하면서 중동 지역에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확전 방지를 위한 협상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정예 라드완 부대의 지휘관인 위삼 하산 알타윌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알타윌은 이스라엘과 접경 지역인 레바논 남부에서 작전을 진두지휘한 핵심 인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전쟁이 발발한 이후 소규모 교전을 지속해왔지만, 헤즈볼라의 고위 인사가 사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주요 표적으로 삼아온 라드완 부대 지휘관 알타윌이 폭사한 것은 중동에서 가자지구에 이은 또 다른 전쟁에 대한 공포를 키우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NYT는 2006년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 전면전이 재연될 수 있다고 짚었다.

확전 방지를 목표로 중동을 순방하던 블링컨 장관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그는 알타윌 사망과 관련해 “긴장이 고조되고 실제 전쟁을 보게 되는 것은 이스라엘, 레바논, 헤즈볼라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미 CNN 방송을 통해 말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홍해에서 역내 긴장감을 키우고 있는 예멘 후티 반군에 더해 헤즈볼라도 억제해야 하게 됐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홍해를 지나는 국제 상선들에 대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이 중단돼야 한다”며 “여러 나라가 후티의 공격이 계속될 경우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의 성과도 일부 빛이 바래게 됐다. 그는 아랍 국가 지도자들에게서 확전 방지를 위한 협조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블링컨 장관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만난 뒤 “중동에서 만난 지도자들이 가자지구의 안정과 회복을 돕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한 정치적 길을 계획하며 지역 전체의 장기적인 평화와 안보·안정을 위해 협력할 의향을 갖고 있었다”며 “지도자들은 필요한 약속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블링컨 장관은 빈살만 왕세자와 함께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 정상화 논의를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7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아랍권의 민심이 악화하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대화하게 되면 지역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이슬람 무장단체 고위 인사에 대한 표적 공격을 지속하면서 중동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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