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5개월이 지났다. 시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그룹 경영을 조율하며 장남이자 후계자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을 측면 지원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금호미쓰이화학이 지난해 4분기 금호석유화학으로부터 매입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42억6500만원이었다.

반면 금호석유화학 대상 매출은 전년 대비 12% 정도 줄어든 25억6100만원에 그쳤다. 이는 금호미쓰이화학보다 금호석유화학에 더 유리한 거래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금호미쓰이화학이 금호석유화학 제품 매입을 늘린 것은 박 회장이 대표이사로 부임한 시기와 겹친다. 박 회장이 대표가 되기 전인 지난해 1~3분기에는 금호미쓰이화학의 금호석유화학 대상 매입 금액은 전년대비 13% 감소한 72억360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박 회장이 부임한 이래 4분기 1개 분기만에 이전 3개 분기 거래액의 60%에 달하는 거래가 집중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인 고(故) 박인천 회장의 4남인 박 회장은 배임 등의 혐의로 2025년까지 금호석유화학 취업에 제한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그룹 회장직에서도 물러났으나,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이후 지난해 10월 금호미쓰이화학 대표이사로 경영에 복귀했다.

박 회장이 다시 경영에 나서며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 중심의 오너 3세 경영 체제가 안착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는 관측이 들린다.

금호석유화학은 현재 시황 악화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보다 20.7% 줄어든 6조3223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70% 급감한 3590억원에 불과하다. 순이익도 52.2% 줄어든 4362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올 상반기 완공 예정인 금호미쓰이화학의 여수공장 증설 등 사업 확장을 챙기는 동시에 아들인 박 사장을 적극 지원하려 할 것”이라며 “박 회장이 이끄는 금호미쓰이화학의 성장은 모회사인 금호석유화학 실적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