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충북대학교 학연산공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중부매일·국가위기관리포럼 ‘재난관리시스템 발전 방향과 피해자 지원체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재은 국가위기관리포럼 상임대표, 한인섭 중부매일 대표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윤재원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재난 대응 실패의 책임을 지도자에게 묻는 것은 재난극복 및 피해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위기관리포럼과 충북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중부매일이 공동 주관한 국가위기관리포럼 ‘재난관리시스템 발전 방향과 피해자 지원체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학계 전문가들은 “재난은 두 번 경험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책임자 처벌에 무게를 두고 있는 대응시스템의 전환을 촉구했다.

송민선 미국 발도스타 주립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재난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대응과정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지도자의 재난 대응 노력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지난해 8월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달리아에 대한 조지아주와 플로리다주의 대응체계에 차이가 있었다”며 “조지아주의 허리케인 재난선포 요청이 같은 피해를 입은 플로리다주보다 늦어지면서 복구 시점이 지연됐지만 아무도 조지아 주지사 처벌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고 미국인들이 재난에 대응하는 태도를 소개했다. 이어 “조지아 사람들은 주지사가 재난대응 노력을 안 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플로리다의 잘한 점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며, 다음 재난상황에서 미흡한 부분을 정비하고 뭘 더 준비해야 하는지를 따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였다면 대응 실패 책임을 주지사의 문제로 접근했을 것이고 실제 지난해 청주에서 발생한 오송참사도 책임자가 누군지 찾고 있다”며 “이런 모습은 다음에 발생하는 유사한 재난상황에서의 더 나은 대응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라정일 일본 관세이가쿠인대학 교수도 지진 등 대규모 자연재해에 대한 일본의 재난극복의 관점은 처벌이 아닌 재난부흥이라고 강조했다.

라 교수는 “일본에서는 재난 피해자의 삶이 얼마나 회복됐는지를 중심으로 재해부흥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생활기능을 어떻게 향상시키는 지, 피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일본은 건축기준법의 목적을 국민의 생명·건강·재산 보호를 위한 안전에 관한 최저 기준을 정한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지방정부는 재난 케이스에 따라 매니지먼트를 시행, 그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호 선문대학교 교수는 “재난 피해자에 대한 실효적 지원을 위해서는 재정지원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재난 후 트라우마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한시적인 경제적 지원만 한다면 장기적으로 그 피해자의 문제가 해결가능한지 의문”이라며 “재난 피해자 지원대책과 지원근거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재난의 유형에 따른 구분보다는 피해자 중심의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며 “보상수준을 합리적으로 정하고, 피해 정도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현재 부족한 중장기 지원대책을 만들고,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재은 국가위기관리포럼 상임대표는 “재난 예방을 위해서는 처벌을 목적으로 하는 고소고발이 아닌 거버넌스 구성을 통해 문제를 풀어내는 담론의 장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미국과 일본의 대응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관점의 재난대응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인섭 중부매일 대표도 “우리지역에서 발생한 오송지하차도참사 역시 재난예방시스템 가동하고 있으나 예상을 뛰어넘는 여러 문제로 사건이 발생했다”며 “재난이 일어났을 때 어떤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