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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정치부 차장

“그냥 김예지 씨가 안내견과 국회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큰일을 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 국민의힘 김예지 국회의원이 최근 저서 ‘어항을 깨고 바다로 간다’에서 4년 전 미래통합당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영입 1호’로 제안받으면서 들었던 이야기를 공개했다. 첫 만남에서 현역 의원이 김 의원을 적당한 구색 갖추기 용도,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존재로 대했다고 했다. 김 의원은 “적당히 들러리를 서다가 4년을 채우고 조용히 물러가는 역할을 제안받은 것”이라고 썼다.

김 의원은 ‘개와 다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시각장애인 의원에 대한 편견을 깼다. 오히려 김 의원의 소신처럼 민주주의와 정치를 움직이는 힘인 언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데 두각을 나타냈다. 안내견 ‘조이’도 함께했다.

비상대책위원인 그는 최근 당 비대위 회의 때 불쑥 “올바르지 못하고 차별적인 표현을 바로잡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며 돌발 퀴즈를 시작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장애를 앓고 있다’가 맞을까요, ‘장애가 있다’가 맞을까요”라고 질문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우리 당의 회의는 정말 (각본 없이) 바로바로 하는 것 같다”며 정답을 맞혔다. 장애는 정체성으로 있는 것이지 병처럼 앓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상대를 배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러운 질문과 답변 그리고 정확한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 그의 힘이다. 단순히 “장애를 앓고 있다는 말을 쓰지 맙시다”라고 강조했다면 듣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여의도식 문법으로 상대방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말 폭탄을 퍼부었어도 마찬가지다.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은유나 직유를 사용하고자 할 때 원관념과 보조관념에 본인의 이름을 넣어 달라.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써도 되지만, 기분이 껄끄럽다면 절대 쓰면 안 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6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환경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물고기 ‘코이’ 이야기로 감동을 안겼다. 코이는 작은 어항에서는 10cm, 넓은 강에서는 1m가 넘게 자라는 물고기다. 그는 “물고기의 성장을 가로막는 어항과 수족관처럼 사회적 제약들이 사라지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말해 기립 박수를 받았다.

기립 박수가 터져 나오는 순간을 국회 임기 4년간 한두 번밖에 보기 힘들다는 것이 세금 낭비다. 2024년 국회의원 연봉은 지난해보다 1.7% 인상된 1억6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300명 의원으로 합산하면 산술적으로 450억 원이 넘는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국회에서 매일 막말 활극만 중계된다면 이건 국민을 향한 모욕이다. 눈살 찌뿌려지는 ‘막말제조기’를 세금까지 내서 봐야 하나.

올해 총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21대 국회를 곱씹어보면 ‘증오’란 쓴맛이 남는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증오의 악순환이 정상적인 정치를 완전히 파괴하기 전”이라고 진단했다. 김 의원은 올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개○○’를 연상시키는 ‘GSGG’ 표현을 썼던 막말 의원은 다시 출마한다. 여야는 또 편을 갈라 싸우겠지만 언어의 힘을 믿고 제대로 된 말을 쓰는 의원의 숫자가 늘어난다면 분명 국회가 달라질 것이다.

광화문에서

[광화문에서/황규인]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이유, 그게 한국과 관계 있는 이유


박훈상 정치부 차장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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