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우승 문턱서 멈춘 클린스만호 ‘세 가지 오판’

고개 숙인 선수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오른쪽)과 이강인(왼쪽)이 7일 열린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안컵 4강전에서 종료 직전 패배에 안타까워하며 몸을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1. 포지션별 엔트리 불균형
‘백포’ 주로 쓰면서도 센터백 채워

2. 로테이션 효율성 못 살려
유럽파 출전 고수, 체력·사기 소진

3. 골 결정력 부족
K리그 주민규 미발탁 아쉬움도

실패는 앞서 잘못된 선택과 실수들이 내리는 벌이다. 7일 열린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 요르단전에서 졸전 끝에 0-2로 지며 64년 만의 우승 도전을 멈춘 클린스만호의 실패에도 잘못된 선택과 실수가 있었다.

우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최종 엔트리 26명 선정 과정에서 전략적 판단을 잘못 내렸다. 국제 대회를 앞두고 어느 팀이든 선수단 구성에서 전략적 다양성과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기존 대회보다 3명 늘어난 명단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카타르 아시안컵 조직위원회가 최종 엔트리 명단을 기존의 23명에서 26명으로 늘리면서 부상자 발생, 선수들의 피로 누적 등 여러 변수에 더 쉽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유망주에게 큰 무대 경험을 줄 수도 있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이 늘어난 3명 쿼터를 센터백 유망주 김지수(20·브렌트퍼드)와 김주성(24·서울) 등 출전 기회를 주지도 않을 선수들로 채우면서 포지션별 불균형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센터백 포지션에는 인력이 넘쳐났다. 센터백을 볼 수 있는 박용우(알아인), 박진섭(전북)까지 포함하면 가용 인원은 7명이나 됐다. 주로 백포를 사용하는 대표팀의 전술상 인력 낭비다. 반면 체력 소모가 큰 양쪽 풀백 포지션에는 예상되는 부상과 피로를 고려하지 않고, 기본 배수만큼 4명만 선발했다. 이로 인해 대회 도중 왼쪽 풀백 김진수(전북), 이기제(수원) 등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골머리를 앓았고, 경기력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오른쪽 풀백이 주 포지션인 설영우(울산)가 토너먼트에서는 왼쪽 풀백으로 나섰고, 대체 자원이 없는 오른쪽 풀백에서 김태환(전북)의 체력적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조별리그 최종 말레이시아전에서 거둔 충격적인 무승부다. 결과가 아니라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이 잘못됐다. 이 경기는 전술적 실험 내지는 토너먼트 경기를 앞두고 로테이션을 통해 주전들의 체력 관리를 할 절호의 기회였다. 한국은 이 경기 전에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게다가 앞선 경기에서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주축 7명이 경고를 떠안고 있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대승을 통해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에 따라 주전들을 대거 투입했다. 결과적으로 경기는 3-3 무승부로 마무리됐고, 대표팀은 체력과 사기 모두를 소진하는 대가를 치렀다. 한국은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 호주와의 8강전 모두 120분 연장까지 가는 혈전을 치렀고, 요르단과의 4강전에서 활동력이 크게 떨어져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완패했다.

마지막으로 골 결정력 부족이다. 대표팀은 이른 시간에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던 순간에 골을 넣지 못하면서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했다. 연장전으로 이어지는 경기도 많아지면서 불필요한 체력 소모, 심리적 부담을 가중했다. 조규성(미트윌란)이 부진한 가운데 백업인 오현규(셀틱)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황의조(알란야스포르)의 대체자로서 결정력 면에서는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던 주민규(울산)를 발탁하지 않은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만약 그가 엔트리에 포함되어 골 결정력을 높였다면, 경기의 흐름이나 결과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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