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으로 평가하라던 클린스만

“돌아가서 할 일은 이번 대회 분석”

해임 질문엔 “월드컵 준비” 말 돌려

‘스타’ 집착한 축구협회장 책임론도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이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에서 졸전 끝에 패배한 뒤에도 감독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대회 결과는 물론 내용도 좋지 않았는데,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7일 요르단과의 2023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패하며 이번 대회를 마쳤다. 결과도 아쉽지만 내용은 더 실망스러웠다. 한국은 8개 슈팅을 날렸지만, 유효슈팅은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요르단에 17개 슈팅을 내줬고, 박스 안 슈팅도 7개나 허용했다. 골키퍼 조현우(울산)의 선방이 아니었더라면 0-3, 0-4 대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결과에 책임을 질 것이냐는 말에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를 분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전도 그렇고 호주전도 그렇고 많은 드라마도 썼다”며 앞서 승리한 경기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오늘 패배는 받아들여야 하는 패배고, 우리가 얼마나 어려운 조에 속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요르단을 치켜세웠다.

‘앞으로 해임 논의가 나올 수도 있다’는 한 외신 기자의 지적에도 클린스만 감독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한국으로 돌아가서 대회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잘됐던 점들과 보완해야 할 점들은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2년 뒤 북중미 월드컵을 위한 예선에서 좋은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대회 전부터 클린스만 감독은 원격 근무, 전술 부재, 실망스러운 경기력 등으로 비판받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라고 강조하며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원하는 결과도 내용도 보여주지 못했는데 ‘책임’을 ‘분석’으로 대신했다. 국내 축구 커뮤니티 등에서는 더 늦기 전에 클린스만 감독을 해임해야 한다는 글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대표팀은 이제 2026 북중미 월드컵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오는 3월24일 태국과의 지역 2차 예선을 앞두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 체제로 계속 간다면 18일부터 소집 일정을 시작한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부터 잡음이 있었던 만큼 비난의 화살은 대한축구협회로도 향한다. 이미 여러 대표팀과 클럽을 거치며 실패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클린스만 감독이다. 축구 팬들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을 좋아하는 정몽규 회장이 후보군에도 없던 클린스만 감독을 사실상 낙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