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스페인 남부 카디즈 주 바르바테 마을에 위치한 스페인 육군의 시에라 델 레티네 훈련소에서 군사 기동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남성들이 병역을 피하려 죽음을 무릅쓰고 강을 건너 국경을 넘고 있다고 영국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징집 대상 연령인 18∼60세의 우크라이나 남성 수천명이 이 나라 남부 국경인 티사강을 헤엄쳐서 루마니아로 탈출하고 있다.

몇 주 전 새벽 5시에 동료 3명과 함께 티사강을 건너는 데 성공한 마트비(24) 씨는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거의 숨을 쉴 수 없었다. 거의 익사할 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마트비 씨처럼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이후 이 강에서 최소 33명이 익사했다. 최연소 사망자는 20세에 불과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물속 갈대숲에 걸려 수습이 어려운 시신이 있어 사망자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10번째 익사자가 발견된 뒤 추가 도강 시도를 막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게시하기 시작했는데도 징집에 대한 두려움과 유럽에서의 더 나은 삶을 향한 동경이 갈수록 커지면서 티사강으로 몰리는 남성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는 올해 1분기에만 우크라이나 쪽에서 이뤄진 불법 월경이 2373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속에 하르키우의 한 철물 슈퍼마켓에서 우크라이나 국가비상사태국 직원이 잔해 더미에 서 있다. [AFP]

병역 기피자들의 주요 도강 지점은 산악 지대인 트란스카르파티아 지역의 남쪽 범람원이다. 이곳 사람들은 오랫동안 국경을 통해 휘발유나 담배 등을 밀수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병역 기피자들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 월경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1인당 3000달러(약 413만원)에서 1만2천 달러(약 1600만원)를 수수료로 받는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의 레시아 페도로바 대변인에 따르면, 도강하려는 10명 중 7명이 강에 도달 전 센서나 드론 등 국경 보호장비에 포착돼 저지 당한다. 이들은 벌금이 부과된 채 안보당국에 인계되지만, 대다수는 계속 월경을 시도한다고 한다.

페도로바 대변인은 테레스바 마을 상류의 위험한 강 구간을 보여주면서 “잠수복을 입더라도 차가운 물 속에서 5분만 지나면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며 “물살에 두려움, 어둠까지 더해지면 희생자들은 사투를 중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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