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고려 사리와 사리구가 약 100년 만에 고향 땅을 밟는다.


보스턴미술관 소장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 (사진=문화재청 제공)


5일(현지 시간) 문화재청은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혜공 스님이 미국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사리 및 사리구의 국내 반입을 위해 협상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 및 사리구 관련 논의는 지난 2009년부터 약 15년간 지속 됐다. 협상에서는 ▲ 사리는 사리구와 별개로 불교의 성물로써 오는 석가탄신일 이전에 조계종에 기증되고 ▲ 사리구는 상호 교류 전시 및 보존처리 등을 위해 미술관 내부 검토를 거쳐 일정 기간 임시 대여를 하기로 합의했다.


사리구의 임시 대여 추진은 국외로 반출된 지 약 한 세기만에 첫 국내 반입이다. 전시를 통해 우리 국민이 우수함을 최초로 향유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사리구의 정식 명칭은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銀製鍍金喇嘛塔形 舍利具)’로, 원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했던 14세기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불교공예다. 사리구 내부에는 ‘은제도금팔각당형 사리구(銀製鍍金八角堂形 舍利具)’ 5기가 안치돼 있다. 


사리구에 적힌 문구에 따르면 각각 석가모니불 5과, 가섭불 2과, 정광불 5과, 지공선사 5과, 나옹선사 5과의 사리가 담겨있었다. 다만 지금은 석가모니불 1과, 지공선사 1과, 나옹선사 2과 등 총 4과의 사리만이 현존하고 있다.


가섭불(迦葉佛)은 석가모니 이전에 출현한 과거칠불(過去七佛) 중 6번째의 부처를 의미한다. 정광불(錠光佛)은 석가모니에게 미래에 성불하리라고 예언했다는 부처, 지공선사(指空禪師)는 고려시대에 양주 회암사를 창건한 인도 출신의 승려, 나옹선사(懶翁禪師)는 지공선사로부터 배워 공민왕의 왕사(王師)로 활동한 명승이다.


기증되는 사리는 한국 불교사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지공선사와 나옹선사의 사리를 포함해 역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 불교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인 석가탄신일 이전에 추진해 더욱 의미가 있다.


문화재청은 국내 임시 대여 기간에 보존처리를 추진할 예정이다. 사리구의 지속가능한 보존과 고려시대 공예품에 대한 국내 학술연구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 청장은 “사리 기증 및 사리구 임시 대여 추진이라는 협상 성과를 통해 사리는 불교의 성물(聖物)로서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며 “사리구는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문화유산으로서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와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혜공스님은 “부처님과 선사들의 진신사리(眞身舍利)는 불교의 성물이자 존귀한 예경의 대상으로, 환지본처의 의미를 새기며 사리를 최대한 존중해 여법하게 모실 것”이라며 “보스턴미술관 측의 불교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 깊이 감사드리고,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 측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에도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