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뤽 베송 감독 신작 ‘도그맨’
페미나상 수상작 ‘식탁 위의 개’

영화 ‘도그맨’ [엣나인필름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국회가 최근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을 통과시킨 가운데 개를 희망과 구원의 상징으로 그린 예술 작품들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인간으로부터 학대 당한 개들이 여전히 인간에게 무조건적인 믿음을 드러내며 인간에게 구원과 연대의 희망을 품게 해준다는 것이다. 개가 단순히 인간이 보호해줘야 하는 동물이 아니라 인간을 지켜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영화 ‘도그맨’ [엣나인필름 제공]

“개들은 사랑할 때 거짓을 섞지 않아”

더글라스(케일럽 랜드리 존스 분)는 개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다. 투견으로 돈을 버는 아버지를 둔 더글라스는 수십 마리의 개들과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학대자였다. 개들에게 늘 싸움을 붙였고, 가족들에겐 폭력을 일삼았다. 암울한 가정 환경에서 개는 더글라스의 유일한 위로이자 희망이었다.

더글라스는 개를 너무 사랑한다는 이유로 개 철장에 갇혔다. 더글라스와 개들은 서로를 껴안았다. 더글라스는 결국 아버지가 겨눈 총대에 다리를 다친다. 그런 그를 철장에서 탈출시켜준 건 개들이었다.

더글라스는 자유의 몸이 됐지만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며 또 다른 제약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 그를 옆에서 지키는 건 115마리의 개들이다. 이들은 완벽한 팀워크로 서로를 지킨다. 더글라스가 원한을 품은 폭력 조직의 타깃이 돼도 그를 보호해주는 건 개들이다. 혈육으로부터 버림 받은 더글라스를 유일하게 구원해 준 존재인 셈이다.

영화 ‘도그맨’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 ‘도그맨’은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의 심한 학대로 다리를 다친 더글라스가 개들의 사랑을 통해 구원받는 이야기를 그린다. ‘니키타’(1990), ‘레옹’(1995), ‘제5원소’(1997), ‘루시’(2014)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뤽 베송 감독의 신작으로, 80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 및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에 공식 초청됐다.

영화는 아들을 개 철장에 4년 간 가둬 학대를 일삼은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뤽 베송 감독은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도그맨’에 대해 “(뉴스에 나왔던) 아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상상하기 시작했다”며 “고통스러운 유년기를 보낸 아이는 좋은 길과 나쁜 길 중 자신의 삶을 선택할 기회가 생긴다. 영화에서 개는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존재로서 주인공을 선한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영화엔 총 115마리의 개들이 출연한다. 쉽지 않은 촬영이었지만, 개들이 실제로 배우의 감정을 이해하듯 행동하는 장면이 적지 않아 제작진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극중에서 더글라스가 세익스피어의 소설을 읽어줄 때 개가 고개를 움직이거나 더글라스가 고통스러운 감정을 내뱉을 때 강아지가 옆에 앉아 쓰다듬어준 순간이 대표적이다.

24일 개봉. 115분. 15세 관람가.

목 줄 끊긴 강아지가 선물한 일상의 다채로움

‘추방 당한 숲’의 뜻을 가진 부아바니 숲에서 사는 노부부 소피와 그의 남편. 완전한 새로운 방식의 삶을 실험하고자 도시를 떠나 산속에 들어온 지 60여 년이 흘렀다. 이들 부부는 여든 줄에 접어들면서 걷는 것조차 버거워졌다. 낮잠과 읽고 쓰는 것 외엔 취미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 무기력함과 고립감만 그들의 삶을 휘감았다.

무채색의 삶 속에 어느 날 목 줄이 끊어진 개 한 마리가 들어왔다. 개는 처음에 사람을 기피하는 듯하다가 이내 드러누워 배를 보여준다. 뱃가죽엔 멍이 들어 있고 생식기엔 찢긴 흔적이 역력한 학대 당한 강아지다. 소피 부부는 강아지에게 ‘예스(Yes)’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음식을 나눠준다. 그러나 강아지는 이내 사라진다. 다음 날, 다시 나타난 예스. 전날과 다르게 예스는 이들 부부에게 친밀함을 아낌없이 표현한다. 흑백 같았던 소피 부부의 일상에 색채를 띄는 순간이다.

소설 ‘네 식탁 위의 개’는 인간에게 학대 당한 예스와 노부부 사이에서 싹튼 감동적인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프랑스 조형 예술가이자 소설가인 클로디 윈징게르가 그의 자전적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다. 윈징게르는 알자스 지방의 보주산맥에 있는 방부아 숲 속의 낡고 오래된 집으로 이주해 60여 년째 살고 있다.

소설은 예스를 만난 이후 달라진 소피 부부의 일상과 그들의 사유를 조명한다.

오랜 시간 각방을 써왔던 소피 부부는 예스 덕분에 다시 한 침대를 쓰게 되고, 육체적 사랑의 불씨도 키운다. 쇠약해진 체력 탓에 집에만 있었던 남편은 예스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이들의 사유 역시 이전과는 달라진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부터 인간의 노화, 기후 재앙까지, 생각의 저변은 갈수록 넓어진다. 예스가 소피 부부의 단조로웠던 그들의 삶과 생각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 것이다.

윈징게르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설은 지난 2022년 프랑스의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페미니상을 수상했다. 70세에 소설가로 데뷔한 윈징게르는 데뷔작부터 거의 모든 작품이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인물이다.

네 식탁 위의 개/클로디 윈징게르·김미정 옮김/민음사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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