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성동구 레이어57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열 번째, 함께 뛰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살맛나는 민생경제’에서 토론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청소년에게 속아 술을 판매했다가 영업 정지를 당한 자영업자들이 제도 개선을 호소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당장 조치하라”고 밝혔다. 또 술 먹고 돈도 안내고 신고하는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사기죄로 입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설 연휴를 앞둔 8일 “술 먹고 담배를 산 청소년이 자진 신고한 경우에는 자영업자를 처벌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소상공인·자영업자와 가진 10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청소년에게 속아 술을 판매했다 영업 정지를 당한 자영업자들의 제도 개선 호소가 이어지자 즉각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법이라는 게 형식적으로 집행하면 사람을 죽인다”며 “나쁜 뜻으로 그렇게 해도 꼼짝 없이 당하는 게 한국의 법 집행 현실이라면 나라가 정의로운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경쟁 가게가 미성년자를 이용해 상대 가게의 영업정지를 꾀하는 경우를 사례로 들면서 “이것은 그야말로 깡패와 사기꾼이 설치는 나라와 똑같다”고 비판했다.

또 신고를 악용하는 미성년자를 겨냥해 “술 먹은 사람이 돈도 안내고 신고했다는 것은 사기죄로 입건해야 한다. 그것이 정상적 사회”라고 덧붙였다.

민생 토론회에 참석한 자영업자들도 호소를 이어갔다.

마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직원들을 철저히 교육해도 작정하고 속이는 경우에는 당할 수밖에 없다”며 정장 차림에 고가의 핸드백을 착용하고, 테이블에 담배까지 올려놓았던 미성년자 손님의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영업정지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제가 온전히 피해를 감당해야 하니 잠도 못자고 우울증까지 걸리게 됐다”고 말했다.

오이도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사장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우리 딸이 마스크와 모자를 쓴 청소년에 담배를 하나 팔았는데, 딸은 벌금 60만원을 내고 저는 한달 동안 영업 정지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최종동 식품의약품안전처 과장은 “사장님이 성실하게 신분증을 확인한 것이 객관적으로 확인되면 행정 처분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1차 적발 시 영업정지도 2개월에서 7일로 개선해서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기습 질문을 던졌다. “검·경에 고발이 돼도 먼저 행정처분이 나가면 소용이 없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은 ‘그런 경우 통상적으로 행정처분 집행정지를 하고 있다’는 답변에 일단 영업정지가 되고 추후 검경에 판단을 맡기는 사례들을 거론한 뒤 “검경에 문제를 의존하지 말고요. 그것은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목소리가 커진 윤 대통령은 손까지 위아래로 흔들며 관계 기관에 즉각적인 조치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법령 개정을 안해도 지금 할 수 있다”며 “법령 개정은 나중에 하더라도, 당장 지자체에 전부 공문을 보내서 바로 좀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언제나 최우선 정책 순위로, 어떤 민생 토론회보다 가장 많은 9개 부처 참여하고 있다”며 “아프니까 사장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기획재정부·법무부 등 9개 부처가 참여한 이날 토론회는 폐공장을 개조한 서울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레이어57’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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