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최근 5년간 국민 체감경제고통지수 분석
체감실업률·물가상승률 합산, 2022년比 3.3P↓
주36시간 미만 근로자 증가 등 일자리 질 저하
의류·음식·식료품 등 물가상승률 5%대로 높아

10만원 예산으로 채운 쇼핑카트. 과일, 채소, 가공식품 등 11개 품목의 총 가격은 9만9840원이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지난해 국민(15~69세 기준) 체감경제고통지수가 코로나 시기 이전 수준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실업률이 낮아진 것이 주 요인이지만 본업 수입 부족에 부업이 증가하는 등 일자리 질이 저하되고 있다. 여전히 의류, 식품 등 기본 생활에서 체감 물가상승률까지 높아 실질적인 민생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최근 5년간 국민 체감경제고통지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는 12.5로 2018년(12.9)~2019년(12)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16일 밝혔다. 2022년 15.8에 비해서는 3.3포인트 하락하며 호전됐다. 체감경제고통지수란, 미국 경제학자 오쿤(Arthur Okun)의 ‘경제고통지수’를 재구성한 것으로, 이번 분석에서는 체감실업률과 체감물가상승률을 합산했다.

한경협은 개선 주요 원인으로 체감실업률 하락을 꼽았다. 실제로 체감실업률은 2018년 11.4%에서 2020년 13.6%로 증가해 정점을 찍은 후 2023년 9%를 기록, 코로나 이전 수준에 비해서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일자리의 질은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주36시간 이상 근로자는 2051만1000명으로 2018년 2066만6000명에 비해 0.8% 감소했다. 주36시간 미만 근로자는 2023년 605만6000명으로 2018년 493만6000명에 비해 22.7% 증가했다.

주36시간 미만 시간제근로자 중 더 많은 시간 일하기를 원하는 청년들도 늘었다. 2023년 기준 ‘시간관련 추가취업가능자’는 70만6000명명으로, 5년 전(2018년 59만명) 대비 1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일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부업을 병행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부업근로자는 2018년 38만5000명에서 2023년 기준 48만1000명으로 5년 간 2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최근 체감실업률 감소 등 지표 상으로는 고용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단시간 근로자, 부업근로자 증가 등으로 고용의 질은 오히려 저하되는 모습”이라며 “전일제 일자리 증가 등 일자리의 질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체감물가상승률은 2022년 5.2%까지 급등한 후 2023년 3.5%로 둔화됐지만, 2018년부터 2020년 상승률(0~1%대)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올 초 10만원을 예산으로 장을 본 결과 과일, 채소, 가공식품 등 11개 품목의 가격은 9만9840원이었다. 바구니 대신 끌고 온 카트의 바닥을 채우지도 못할 만큼 체감되는 물가가 높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기준 지출목적별 물가상승률을 보면, ▷의류․신발(6.7%), ▷음식․숙박(6.0%), ▷기타 상품 및 서비스(5.8%), ▷식료품(5.5%),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5.4%) 등의 부문에서 5% 이상의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지출목적별 소비지출 비중(15~69세 기준)은 ▷음식․숙박 15.9%, ▷식료품 13.2%, ▷주택․수도․전기․연료 11.4% 등으로, 물가 상승이 높은 부문에 국민들의 소비지출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김과 가공식품인 맛김 물가가 동시에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김과 맛김에 이어 김밥 물가까지 도미노 상승이 전망된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의 한 김밥 가게 앞. 연합뉴스

한경협은 “최근 물가상승세가 둔화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국민들의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외식물가와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의 상승세가 높아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완화되었지만, 고용의 질 악화, 주요 품목의 물가 상승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여전히 남아있다”며 “규제 혁파, 고용경직성 해소, 세제지원 등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생활물가 안정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