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장인화 후보(69·사진) 앞에 놓인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주력 사업’ 철강과 ‘성장 동력’ 배터리 소재 등 그룹을 이끄는 양대 축이 모두 업황 부진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사외이사 황제 의전’ 등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결탁할 수 있는 소지 자체를 없애는 것도 차기 회장의 몫으로 꼽힌다.

경제계에서 장 후보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로 ①철강 경쟁력 끌어올리기 ②신사업 경쟁력 다지기 ③의사결정 구조 재정비 등 세 가지를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이 방향타를 쥐었을 때는 본업인 철강보다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에 더 힘을 줬다”며 “장 후보가 향후 투자의 무게중심을 철강과 신사업 중 어느 곳에 둘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멈춰선 철강 생산량

12일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철강 사업이 주력인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5570억원으로 전년보다 21% 줄었다. 2021년(8조4400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3분의 1 토막이 됐다.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담당하는 철강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경기 둔화로 철강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원가 구조가 낮은 중국과 엔저로 가격 경쟁력이 생긴 일본이 앞다퉈 싼값에 수출 물량을 쏟아낸 탓이다.

장 후보가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철강 경쟁 강화가 꼽히는 이유다. 포스코의 조강 생산량은 10년째 제자리다. 2013년 연 4300만t으로 올라선 뒤 한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태풍 ‘힌남노’로 인해 조강 생산량 순위는 2021년 6위(4296만t)에서 2022년 7위(3864만t)로 떨어졌다. 1위인 중국 바오우그룹(1억1384만t)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4위인 일본제철은 미국 US스틸을 손에 넣으며 ‘글로벌 톱3’ 자리를 예약한 상태다.

업계에선 장 후보가 조강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스코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30년 조강 생산량 연 5200만t 달성’ 목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장 후보가 직접 챙길 것이란 얘기다.

글로벌 철강업계가 ‘탄소 중립’ 목표에 발맞춰 수소로 쇳물을 뽑아내는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것도 장 후보가 풀어야 할 현안 중 하나다. 고로(용광로)를 수소환원제철 설비와 전기로로 바꾸려면 수십조원이 필요해서다. 장 후보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철강은 그냥 내버려둬도 알아서 잘 굴러가는 산업이 아니다”며 “철강 사업은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신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소재 사업, 내실 다져야”

두 번째 과제는 미래 먹거리로 대규모 투자를 한 배터리 소재 사업을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주춤해지면서 배터리 제조차마다 재고가 쌓이고 있다. 이로 인해 포스코퓨처엠 영업이익도 지난해 36억원으로 전년보다 78% 줄어들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현 상황을 타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시장 상황을 감안해 배터리 소재 투자 속도를 늦출지 여부도 장 후보가 살펴봐야 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업체가 배터리 제조업체보다 우위에 있던 작년 상반기와는 정반대 상황이 됐다”며 “그럼에도 공격적인 투자로 외형을 넓힐지, 투자 속도 조절을 통해 내실을 다질지도 장 후보가 결정해야 할 숙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사회 등 의사결정 구조를 재정비하는 것도 차기 회장이 서둘러야 할 과제로 꼽힌다. 포스코홀딩스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지난해 ‘호화 해외 이사회’에 함께 다녀온 사실이 밝혀지면서 ‘짬짬이 경영’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포스코 회장을 선정하는 최고경영자(CEO)후보추천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현 시스템은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결탁할 소지가 있는 구조란 게 경제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장 후보는 많은 후배로부터 존경받는 ‘덕장형 리더’란 점에서 최근 흐트러졌던 분위기를 빠르게 다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