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특별대담에서 박장범 KBS 앵커의 질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 파우치 수수 논란’에 대해 “저라면 조금 더 단호하게 대했을 텐데 제 아내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이 되고 아쉬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 및 수행 등 활동을 담당하는 기구인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의혹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게 아쉬워”

윤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방송에서 ‘김 여사의 명품 파우치 수수 논란’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진행자의 말에 이같이 답했다.

윤 대통령은 대담에서 해당 의혹이 불거진 경위를 소상히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제 아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재미동포 출신의 최재영 목사가) 아버지와 동향이고 친분을 얘기하면서 왔다”며 “거기에다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 박절하게 대하기 참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방문)을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좀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의혹이 ‘몰카 공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시계에다 몰카까지 들고 와서 이런 것(촬영)을 했기 때문에 공작”이라며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서 이것을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번과 같은 의혹이 벌어지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 공작이라고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발생 안 하게 조금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서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장범 KBS 앵커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팻말을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박장범 KBS 앵커에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받은 팻말을 소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어 “제2부속실 같은 경우는 비서실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런데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제 아내가 내치지 못해서 사실상 통보하고 밀고 들어오는 건데 적절하게 막지 못한다면, 제2부속실이 있어도 만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저와 제 아내가 이제 앞으로 국민들께서 걱정 안 하시도록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명확하게 단호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부부싸움을 했느냐’는 진행자 질문에는 “전혀 안 했다”고 답했다.

◆“시계에 몰카…분명한 정치 공작”

이번 의혹은 지난해 11월 한 유튜브 채널이 2022년 9월 김 여사가 최 목사에게 명품 파우치를 받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최 목사가 해당 영상을 손목시계에 달린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몰카 공작’ 논란이 제기됐다.

그간 대통령실은 이번 의혹이 ‘몰카 공작’, ‘정치 공작’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달 19일 대통령실은 “영부인을 불법 촬영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처음으로 이번 의혹에 관해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여권 내부에선 ‘김 여사 문제에 사과하는 순간 더불어민주당이 들개처럼 물어뜯을 것’이란 기류가 우세했다.

다만 김 여사 의혹을 두고 당내 일부 수도권 의원과 비상대책위원이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내분 조짐까지 나타났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국민들께서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윤·한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4월 총선과 당정 관계, 그리고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논란에 대해 직접 설명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직접 김 여사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힌 만큼 여야 모두 더 이상 이 문제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미래를 고민하고 민생 현안을 해결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