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2.5%로 조정했다. 3개월 전 2.1%로 전망한 것에 비해 0.4%포인트 상향했다. 올해 1분기 GDP가 전기 대비 1.3% 증가하면서 연간 전망치도 크게 바뀐 것이다. 당시 기자회견에선 성장률 전망 수정을 발표한 이후 이창용 한은 총재에겐 날 선 질문이 쏟아졌다. “전망에 크게 실패했다” “신뢰도 있는 전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지적에 이 총재는 “개선 노력을 하겠다”면서도 “이런 일은 다반사로 일어난다”고 힘줘 말했다.

한 나라의 경제나 경기에 대한 전망은 종종 바뀐다. 지난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제 전망에선 1%포인트 넘게 성장률이 조정된 국가가 두 곳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월 당시 올해 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지난달엔 -0.2%로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르헨티나는 -2.3%에서 -3.3%로 역성장 폭이 1%포인트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선진국 중에선 일본의 GDP 전망치가 1.0%에서 0.5%로 반토막 났다. 튀르키예는 2.9%에서 3.4%로 0.5%포인트 상향됐다.

경제 여건 따라 성장률 전망 수정

[강진규의 데이터 너머] '경제전망 실패'와 이창용의 정면돌파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도 다르지 않다. 미국의 성장률은 1월 전망 당시 2.1%였지만 4월 전망에서 2.7%로 0.6%포인트 올랐다. 러시아도 2.6%에서 3.2%로 0.6%포인트 올랐다. 브라질(0.5%포인트), 스페인(0.4%포인트), 인도(0.3%포인트) 등 국가들의 성장률도 상당 폭 높아졌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 멕시코 등은 성장률이 각각 0.3%포인트 하락했다.

OECD와 IMF는 각국의 상황 변화를 감안해 3개월마다 수정 전망치를 발표하는데,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각국의 경제가 더 나아졌는지 나빠졌는지 여부다. 국제기구의 예측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일은 드물다.

OECD가 한국의 경제 전망치를 2.2%에서 2.6%로 0.4%포인트 올렸을 때의 반응도 그랬다. 정부는 전망치가 상향된 배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OECD 전망이 달라진 것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조건 변화에 따라 전망치가 시시각각 바뀌는 ‘GDP 나우’ 모델을 쓰고 있다. 이 모델이 내놓은 2분기 성장률 전망은 5월 미국 노동부 고용지표 발표 전에는 2.6%(연율)였지만 발표 후 3.1%로 높아졌다.

조직 감싼 한은 총재

기자회견 당시 눈에 띈 것은 이 총재가 실무 부서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고 그 부서를 대신해 적극 해명한 점이다. 한은에서 경제 전망은 조사국이 담당한다. 전망이 틀리면 조사국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총재는 조사국에 화살을 돌리지 않았다. 이 총재는 “전망은 자연과학이 아니다”며 “오류가 발생하면 왜 차이가 났고, 정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논의하는 게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더 많은 소통과 정보를 줘서 발전시켜나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이런 모습은 2021년 기획재정부가 세입 전망에 실패한 때와 대조적이다. 세입 전망 실패로 60조원이 넘는 초과 세수가 발생하자 기재부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당시 기자실을 찾은 것은 담당 과장인 조세분석과장뿐이었다. 홍남기 당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물론 직속상관인 세제실장과 담당 국장도 없었다.

경제 전망은 미지의 영역이다. 과거의 정보들로 미래를 예측한다. 결과가 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이 바뀌었을 때 책임 있게 소통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한은은 오는 8월부터 분기별 전망치를 발표한다. 전망이 더 세세하게 나오면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설명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 총재가 이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늘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